[이슈분석] "우리가 5G속도 1등"…'도긴개긴' 이통사의 진흙탕 싸움
[이슈분석] "우리가 5G속도 1등"…'도긴개긴' 이통사의 진흙탕 싸움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6.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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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LG유플러스가 최근 오프라인 매장에 '5G 속도측정 서울 1등' 포스터를 배포하는 등 마케팅 공세에 나서자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가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LG유플러스의 '5G 속도 1등'을 인정할 수 없을 뿐더러, 근거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이들에 공개 검증을 제안하는 등 5G 경쟁이 국내 이통사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추세다. 다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선 5G 초기인 현재 상황에서 이통사들의 5G 속도 우위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LGU+ 주요 매장에 붙은 포스터
LGU+ 주요 매장에 붙은 포스터|LG유플러스
28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5G 속도 싸움의 발단은 LG유플러스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5G 속도 테스트였다. LG유플러스는 속도측정프로그램 '벤치비'와 LG전자의 5G 스마트폰인 V50 씽큐로 서울 주요 지역의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자사의 속도가 가장 빨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SK텔레콤과 KT는 지난 26일 LG유플러스의 주장에 "말도 안된다"며 기자들을 대상으로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김영인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이날 "LG유플러스가 호환성이 좋은 LG전자의 V50으로는 빠른 속도가 나왔지만, 삼성 갤럭시S10 5G로는 가장 느렸다"면서 "5G 고객 중 갤럭시S10과 V50의 점유율이 8대 2인 상황에서 공정하게 얘기하려면 더 많이 사용하는 S10의 속도를 비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또, "벤치비는 좋은 솔루션이지만, 측정하는 숫자가 많지 않을 경우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왜곡도 가능하다"며 "LG유플러스의 데이터는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SK텔레콤도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류정환 SK텔레콤 5GX 인프라그룹장은 "5G 품질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일"이라면서도 "SK텔레콤은 타사 대비 항상 앞 서있다. LG유플러스의 주장은 엔지니어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통신 품질은 여러 기준이 있지만 단순히 속도나 기지국 수가 아닌 고객이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들의 인식 속에 SK텔레콤이 앞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SK텔레콤과 KT의 반발에 LG유플러스는 지난 27일 "3사의 5G 속도와 품질을 공개 검증하자"고 되받아쳤다. 현재 SK텔레콤과 KT는 이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은 없는 상태다. 5G 속도가 LTE(4G) 대비 큰 차이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의미한 속도 측정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5G 초기 품질이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걸 알면서도 이통사들이 기싸움을 벌이는 건 초기 5G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함인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나 이통3사 중 꼴찌인 LG유플러스 입장에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인식을 뒤집어야 5G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선 이같은 이통사들의 기싸움에 대해 "어차피 5G가 안터지는 것은 똑같다"며 "이통사 모두 도찐개찐(도긴개긴)"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5G 상용화 초기인 현 상황에서 3사의 5G 속도 우위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또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특정 이통사에 대해 5G로 느려진 LTE나 복구하라"며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품질부터 개선하라"고 촉구하는 글도 보인다.

다만, 이통사들의 5G 속도 기싸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통사의 5G 속도량은 각기 다른 자사의 자체 측정 데이터라 공신력이 없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될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품질 측정은 이르면 내년에나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는 통신품질 시범 측정만 진행하고, 품질 평가는 내년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