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人사이드] 과욕이었나…M&A에 발목잡힌 윤석금·김정주
[재계 人사이드] 과욕이었나…M&A에 발목잡힌 윤석금·김정주
  • 이연춘
  • 승인 2019.06.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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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들은 오늘도 경영현장을 발로 뛴다. 잠깐 쉬면 영원히 뒤쳐질 수 있다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생각하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기업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재계 인사들.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경영무대에서 재계 인사들은 하나의 기업을 넘어 나라 경제를 이끄는 선장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비즈트리뷴은 매주 금요일자로 한 주간 이슈의 중심에 섰던 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을 쫒아가 본다. [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취약한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한번에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M&A가 기업의 장밋빛 미래만 보장하지는 않는다. 무리한 M&A가 재무적 피로감에 커지는 부채비율로 이어져 해당 기업의 재무부담으로 '양날의 칼'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기업인도 재기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며 코웨이를 인수해 웅진그룹을 키우고 싶었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6년 만에 되찾은 '코웨이'를 품으며 꿈이 실현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되팔기로 결정하면서 윤 회장의 꿈은 산산조각났다. 투자업계는 '자기자본 없이 인수할 수 있다'는 윤 회장의 잘못된 경영판단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확보하는 데 들인 돈은 1조983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웅진그룹의 자체 자금은 900억원에 불과했다. 부족한 자금은 대출과 주식시장 조달로 해결했다.

 

 

인수금융 90% 이상을 차입으로 해결한 게 윤 회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전환사채(CB)를 발행해주고 빌렸다. 연간 이자만 500억원 넘게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코웨이 인수 직후 웅진에너지의 부실이 현실화됐다.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기나긴 치킨게임 끝에 두손을 들고 만 것. 웅진에너지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는 7년 전과 흡사한 상황이되고 있다. 당시 극동건설에서 시작된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번져 2012년 10월 지주사인 ㈜웅진(당시 웅진홀딩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현금창구나 다름 없던 코웨이를 MBK에 1조2000억원에 팔아야 했다. 웅진식품, 웅진케미칼 등도 함께 매각됐다.

이번 매각은 재무적리스크의 선재적 대응 차원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예상치 못한 재무리스크로 향후 그룹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위기발생 이전 선제적으로 웅진코웨이를 매각, 모든 부채를 정리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 현재 웅진코웨이의 새 주인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兆) 단위 덩치로 커버린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만한 후보가 많지 않다. 한때 웅진코웨이 인수를 시도했던 GS그룹, CJ, 최근 정수기 렌털 사업을 시작한 LG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어렵게 인수한 웅진코웨이를 다시 매각하게 돼 송구하다"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그룹과 웅진코웨이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윤 회장의 무리한 그룹 재건 시도를 문제로 지적돼 왔다. 투자업계에선 기초 체력을 따지지 않고 무리한 인수를 벌였다는 책임론이 따라붙을 것이라고 했다. 일흔셋의 노익장이 다시 한번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윤 회장이 그룹 재건에 공격 행보에 나섰다면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도 과욕(?) 탓으로 울상이다. 올해 초 입장문을 통해 밝혔던 '회사의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 중 넥슨 매각이 무산되는 분위기다.

시장이 보는 넥슨의 값어치는 김 대표가 기대했던 수준과는 차이가 컸다. 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김 대표 측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지분 전량(98.64%) 매각을 놓고 넷마블, 카카오, MBK파트너스 등과 협상을 벌여왔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가장 큰 이견은 역시 가격이었다. 넥슨 측은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재팬의 주가 흐름 등을 근거로 15조원 이상을 원했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그에 한참 밑도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입장에선 본입찰 이후의 협상 과정에서 회사의 성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조건과 매각가격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력 인수 후보였던 넷마블과 카카오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각각 1조6159억원, 1조6334억원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넥슨 매각 작업이 빠른 시일 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 측은 매각과 관련해서는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이에 따라 넥슨의 향후 계획 등이 주목된다. 김 대표의 공식 입장 표명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