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IPO 어떻게] 재무안정성 풀어야 할 숙제…돌파구 마련 고심
[호텔롯데 IPO 어떻게] 재무안정성 풀어야 할 숙제…돌파구 마련 고심
  • 이연춘
  • 승인 2019.06.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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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호텔롯데에 대한 시장의 신용도가 높으니 무리 없이 발행 가능할 것이다. 기업공개엔 자신이 있다."

송용덕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부회장)이 지난해 초 사장단 회의에서 던진 말이다. 당시 그는 송 부회장은 주요 현안으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꼽으며 고삐를 바짝죄는 행보를 보였다. 아울러 낮아진 호텔롯데 신용도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26일 업계에선 호텔·서비스 BU장을 송 부회장 입장에선 방향키마저 잡지 못한 상태로 기업공개에 대한 발표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한다.

롯데에 따르면 송 부회장은 호텔·서비스 BU장으로서 호텔롯데를 포함해 호텔사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호텔롯데는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송 부회장에게 실시간으로 하는 등 BU와 호텔롯데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는 2015년부터 신동빈 회장의 뜻을 받아 호텔롯데 상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16년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기업설명회를 진행할 때도 신 회장과 함께 참석해 직접 사업 설명을 도맡고 손님을 맞기도 했다.

송 부회장은 롯데호텔이 개점한 1979년 입사해 40여 년간 호텔업계에 종사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전문경영인으로 부회장까지 오른 호텔업계 입지전적 인물이다.

호텔서비스BU장을 맡고 있는 송 부회장 입장에선 기업공개는 완수해야 할 과업이기도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롯데가 호텔롯데 기업공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아직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롯데지주 출범 이전까지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는 지분 99.28%를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국적이 과연 한국이냐, 일본이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로 총수 부재 사태를 피하게 됐지만 호텔롯데 기업공개 재개는 불투명한 상태다. 총수 부재 사태를 피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호텔롯데 기업공개 성사를 결정짓는 실적 변수는 여전히 법리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호텔롯데 기업공개가 성공하기 위해선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호텔롯데의 경우 면세, 호텔, 테마파크, 리조트·골프 등 4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영위하는 호텔롯데는 경쟁사인 호텔신라에 엇갈린 실적에 울상이다.

송 호텔·서비스 BU장과 호텔사업의 경영전면에 나선 김정환 대표의 어깨는 어느때보다 무겁다. 지난 2017년 취임한 김 대표이사는 서울신라호텔 총지배인을 거쳐 2012년 롯데그룹에 합류해 롯데호텔서울 총지배인 등을 역임한 36년 경력의 호텔 전문 경영인이다.

김 대표는 호텔롯데의 재무안정성에 경고등 켜지면서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4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1180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당분기순이익은 5848억원 손실로 실질적으로는 적자다. 이는 지난해(2994억원) 손실 규모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호텔사업의 실적 부진은 몇년째 지속되고 있다. 면세점과 테마파크는 흑자를 기록한 반면 호텔과 리조트는 2017년 -894억원과 지난해 -847억원을 기록하며 수년째 마이너스다.

여기에 호텔사업 경영전면에 나선 김 대표에 대규모 투자로 인해 기업의 부채 역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재무안정성은 완수해야 할 과업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이후 롯데렌탈,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캐피탈 지분 인수, 뉴욕 팰리스 호텔 매입, 늘푸른의료재단에 대한 자금대여 및 출연, 국내외 신규영업장 개관 등으로 2016년 4조5000억원이었던 부채는 지난 3월말 기준 7조9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높은 차입금 탓으로 차입금의존도도 14.4%에서 33.2%로 올랐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2014년 3.4배에서 지난해 10.7배로 악화됐다. 원리금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신평은 "호텔롯데의 순차입금을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지표는 7배, 차입금의존도는 38.3%로 새 리스 회계기준(K-IFRS1116호) 도입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재무건전성 지표가 과거 대비 저하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BU는 호텔롯데 상장 및 일본 롯데와의 분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다른 BU보다 송용덕 부회장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면서 "여기에 표면적으로는 재무안정성 악화도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