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SK디스커버리, SK건설 매각에 ‘PRS’ 택한 이유
[이슈분석] SK디스커버리, SK건설 매각에 ‘PRS’ 택한 이유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6.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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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블록딜 대신 ‘PRS(Price Return Swap)’이라는 방식을 택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PRS는 국내 기업에서는 아직 낯선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SK디스커버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 전환 유예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SK건설의 ‘라오스 댐 붕괴사고’ 등으로 변수가 커지자 직접 매각 대신 PRS 방식을 통한 주식수익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SK디스커버리 등에 따르면 SK건설의 매각에는 PRS라는 파생상품계약 방식이 도입됐다. PRS는 쉽게 말해 투자자가 SK디스커버리로부터 사들인 SK건설의 주식을 처분할 때, 매각액과 최초 매수액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재무적투자자(FI)는 SK건설에 대한 의결권과 배당권, 처분권 등의 법적 권리를 갖지만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차익이 발생할 경우 SK디스커버리가 정산해 돌려받게 된다. 반대로 처분가격이 낮을 경우에는 SK디스커버리가 차액을 보존해줘야 한다. 

이는 사실상 주가수익을 제외한 권리를 FI에게 이전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TRS(Total Return Swap)와 차이가 크다.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 매각 과정에서 이런 복잡한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은 공정위의 지주회사 요건 유예기간 만료가 올해 12월로 바짝 다가온 반면 SK건설의 상장이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SK건설이 상장되지 않을 경우 지주사 SK나 SK디스커버리는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SK건설의 지분을 매각해야만 한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SK건설 지분을 매각해야 했지만 최근 지난해 ‘라오스 댐 붕괴사고’가 터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져 결국 무산됐다”며 “이 과정에서 PRS 방식을 통해 연내 지분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PRS 방식은 장기적으로 SK건설이 상장한다는 전제하에서는 SK디스커버리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의 주식 997만989주(28.25%)를 주당 3만500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 주가대로라면 SK건설의 시가총액은 1조767억원 수준이다. 한때 SK건설이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2조원에 달하리라는 예상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보수적인 액수다. 지주회사 SK 역시 지난해 말 기준 SK건설의 비지배 지분(53.79%)에 대한 장부가액을 5897억원으로, 시가총액 기준 1조18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의 주식을 지주회사 규정에 따라 모두 매각하게 되지만 향후에라도 SK건설이 상장될 경우 이에 대한 상장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라며 “FI 입장에서는 SK건설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보존해주고 별도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PRS가 만병통치약인 것은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PRS 방식으로 계열사 두산밥켓의 지분 10.5%를 매각했지만 지난 1분기 투자자가 매도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보전해주면서 385억원의 기타영업외비용 손실을 반영해야했다. 이 때문에 SK디스커버리의 PRS의 성공 여부는 향후 SK건설의 상장과 주가의 흐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SK건설 PRS는 투자자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