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1년] 신사업 발굴 총력전…'공격 DNA' 심는다
['LG 구광모' 1년] 신사업 발굴 총력전…'공격 DNA' 심는다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6.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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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오는 29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취임 1주년이다. 그간 LG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보수적인 경영방식을 고수해왔다. '실험 정신'보단 '안정성'에 초점을 둔 경영 스타일이었다는 얘기다. 때문에 사업결정에 있어서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평이다.
 
하지만, 구 회장이 취임한 이후 LG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인수합병과 적극적인 사업재편 등 LG가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기업인과의 대화' 참석하는 구광모 회장|연합 제공
지난 1월 '기업인과의 대화' 참석하는 구광모 회장|연합 제공
24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그룹 지주사와 각 계열사에 있는 부회장들의 의견을 경청해 사업 결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견해차가 있어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췄다고 한다. LG가 빨라진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4월 LG전자의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한 게 대표적 사례다. 공장 이전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스마트폰 생산의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빠른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그는 LG유플러스를 통해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 주식(50%+1주)을 8000억원에 인수하고, 전장(차량용 전자장치)사업을 위해 오스트리아의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하는 등 M&A(인수합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미래성장동력과 인재 확보를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를 직접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지주사인 ㈜LG의 권영수 부회장,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 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 있는 그룹 산하 기업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찾아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한 바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500만달러(약 4839억원)를 출자해 조성한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LG는 이 회사를 통해 지금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밖에 LG테크컨퍼런스 등 인재 영입 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반대로, 일감몰아주기 해소의 한 축으로 ㈜LG가 가진 LG CNS 지분 85% 중 일부 매각과 구 회장 등의 판토스 지분 매각,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사업 부문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사업부(PG) 매각, LG전자 계열사인 하이엔텍과 LG히타치솔루션 매각을 추진하는 등 사업재편에도 힘쓰고 있다.

격식보단 실용을 중시하는 구 회장의 스타일은 사업보고회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구 회장은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직접 챙기면서 계열사들의 단순 프레젠테이션(PT) 시간은 줄이고, 회장과 주요 임원 간 토론 비중을 더욱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PT 자료를 이미 사전에 상세히 파악하고 분석해왔기 때문에 임원들과의 자연스러운 토론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의 소통 자세는 일반 임직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주요 계열사에서 소통과 유연한 문화를 확대하고 혁신을 위한 협업을 강조하는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는 것. LG전자에선 문화공연이나 세미나 등을 위한 소통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고 지난해부터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임직원들에게 청바지도 허용하는 '복장 자율화'를 정착시키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걸맞은 유연함을 갖추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줄곧 혁신을 강조하며 '젊은 LG'를 강조해 왔는데, 그의 젊은 리더십이 여러 분야에서 경영 체질을 개선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LG테크놀로지벤처스 미국 스타트업 투자 행사에 참석한 구광모 LG 회장|연합 제공
지난 4월 LG테크놀로지벤처스 미국 스타트업 투자 행사에 참석한 구광모 LG 회장|연합 제공
'젊은 총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구 회장. 이제 2년 차로 접어들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에 따른 LG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매출 하락, LG유플러스의 화웨이 5G 장비 사용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미 5G 장비에 수조원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진만큼, 다른 업체로 장비를 교체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체제의 1년간 성과를 볼 때, 공격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통해 당초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좋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며 "2년 차에 들어서는 구 회장이 이번엔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