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人사이드] '작심발언' 네이버 이해진…'김치 강매' 태광그룹 이호진
[재계 人사이드] '작심발언' 네이버 이해진…'김치 강매' 태광그룹 이호진
  • 이연춘
  • 승인 2019.06.2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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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들은 오늘도 경영현장을 발로 뛴다. 잠깐 쉬면 영원히 뒤쳐질 수 있다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생각하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기업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재계 인사들.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경영무대에서 재계 인사들은 하나의 기업을 넘어 나라 경제를 이끄는 선장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비즈트리뷴은 매주 금요일자로 한 주간 이슈의 중심에 섰던 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을 쫒아가 본다. <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고민을 하기에도 벅찬데 (정부가) 사회적 책임까지 묻는 건 기업에 너무 큰 짐이다."

이해진(사진) 네이버 창업자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경영학회와 한국경영학회가 주최한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서 한 말이다. 이날 이 GIO는 "지난 규제는 반드시 글로벌하게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이 너무 어렵다"며 기업 규제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규제에 대한 소신 밝혀

'은둔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스스로를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가했다. 이 GIO는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정보기술(IT)업계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생각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GIO는 "생각이 계속 바뀌는데 감히 밖에서 인터넷이 이렇다 저렇다 밝히는게 맞나 싶었다"며 "생각이 바뀐 뒤에도 예전 생각만 갖고 비춰지는게 걱정되고, 그렇다고 외부활동을 자주 하기에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 등장한 것은 20주년이라는 시간에 의미를 뒀기 때문. 올해는 네이버 창립 20주년이다. 이 GIO는 "20년이란 시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 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리된 생각을 털어놓고 싶었다"고 했다.

이 GIO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담을 진행했으나 규제에 대한 소신만은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대담 중간에 기업을 달리 보는 시선도 당부했다. '트랙터의 첫 출현'을 예로 들었다.

그는 "트랙터가 처음 나왔을 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그런데 농민 일자리가 없어진 것에 대해서도 기업에게 책임을 져라고 하면 기업이 해결하기엔 너무나 힘들고 다른 문제가 아닌가. 전 세계적으로 트랙터 기술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기술에 뒤쳐지지 않게 이길까만 고민해도 벅찬데 트랙터 만드는 회사에 너희가 탐욕적이니 산업 구조의 변화의 사회적 책임까지 져라하면 산업화의 탈바꿈만 늦어진다. 이런 문제는 사회, 정치, 학계에서 해결하고 기업이 경쟁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줘야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 GIO는 정부가 네이버를 기존 대기업과 비슷하게 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를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하고 각종 공시 의무 등을 지게 했다. 그는 청년들이 기업보다는 공직과 전문직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프랑스는 대학생의 50%가 창업을 꿈꾼다"며 "한국에서는 공무원, 의사, 변호사를 선호하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자원이 없고 인재밖에 없는데, 그 인재들이 기업에 가지 않는 게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치 강매'로 도마 위

이호진(사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일가 개인 회사가 만든 김치를 계열사에 비싼 값에 강매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곤혹을 치렀다. 계열사들이 이 김치를 복지단체 등에도 선심 쓰듯 기부하고는 세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그룹은 계열사에 이 전 회장 부인이 운영한 회사가 판매하는 와인도 강매했는데,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사에도 와인 구매 할당을 내리고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태광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티시스' 휘슬링락CC가 생산한 고가 김치를 계열사를 통해 각종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영수증을 받아 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4월 14일부터 28일까지 기부된 김치는 2442박스(24.4t) 4억6400만원 어치에 달한다. 문제는 이 김치가 식품위생법에 맞는 기준에 따라 제조된 김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김치는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춘천시로부터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형사고발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이 김치는 고급 김치로 포장돼 10㎏당 19만원의 고가에 계열사에 팔렸고, 계열사는 이를 직원들에게 돌리는 동시에 전국에 기부도 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돌린 김치 구매비용은 복리후생비나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조달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김치강매 뿐만이 아니다.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의 부인이 대표이사를 지낸 와인 판매사 '메르뱅'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와인을 사도록 강요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문건도 발견됐다. 2015년 3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메르뱅 와인판매 협조' 문건에는 협력업체 대표들을 상대로 '메르뱅 와인 구매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말이 적혀 있다. 특히 그해 3월부터 7월까지 구입업체를 월별로 정해 놓은 대목도 눈에 띈다. 3월은 500만원으로 맞추게 하되, 나머지 달은 매달 600만원의 매출을 올리도록 목표까지 제시됐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김치가 필요한 단체가 있다고 해서 순수하게 기부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김치의 품질에 문제가 생겼다면 골프장에서부터 난리가 났지 않았겠느냐"며 "와인 강매 의혹 등도 이미 이전부터 의혹이 제기됐던 내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