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人터뷰] 르네상스자산운용 “펀드 출시 첫 주 ‘완판’…가치투자의 결실이죠”
[비트人터뷰] 르네상스자산운용 “펀드 출시 첫 주 ‘완판’…가치투자의 결실이죠”
  • 어예진 기자
  • 승인 2019.06.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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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철학, 르네상스자산운용
이건규·정규봉 공동대표
펀드 출시 첫 주에 3개 팔던 회사..지금은 첫 주 예약 완판
상장·비상장 투자 '둘 다' 잘하는 게 강점
왼쪽부터 르네상스자산운용 정규봉, 이건규 대표 / 사진=어예진 기자
왼쪽부터 르네상스자산운용 정규봉, 이건규 대표 / 사진=어예진 기자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 일주일 동안 펀드 3계좌 밖에 못 팔던 신생 사모펀드운용사가 3개월만에 펀드 출시 첫 주에 예약이 완판되는 회사가 됐다. 경력 17년 이상의 베테랑들이 10년 준비 끝에 내놓은 신생 아닌 신생 운용사, 르네상스자산운용의 이야기다. 업계가 주목하는 가치투자의 ‘달인’ 이건규, 정규봉 공동대표를 비즈트리뷴이 만나봤다.

◆르네상스자산운용, 이건규·정규봉 공동대표

르네상스자산운용은 지난 2월 8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인수해 새롭게 이름을 내건 사모펀드운용사다.

VIP자산운용 CIO(최고정보책임자)를 지내며 연기금 운용능력에 정점을 찍은 이건규 대표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을 지내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인정받은 정규봉 대표 두 사람이 이끌고 있다. 여기에 신영증권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의 이인수 부사장이 관리를 맡고, 감사 자리는 업계 경력 40년의 금융감독원 부국장 출신이 지키고 있다. 이들의 경력만 모두 합치면 100년이 넘는다. 초기의 삐걱거림 없이 회사가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비결이다.

◆회사 신규 설립이 아닌 인수를 택한 이유

두 대표는 입을 모아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정 대표는 “타이밍을 놓칠 수 없었다. 설립 인가의 절차나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모든 부분들을 놓칠 수 없었다. 때마침 검토하던 곳 중 ‘트러스톤’이라는 회사가 정말 깨끗한 회사라는 판단이 들어 인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고객도, 시장도, 투자처까지도 적절한 시기였다. 중소형주가 지난 2~3년 동안 퍼포먼스가 좋지 않았다. 때마침 우리가 좋아하는 종목들이 괜찮은 가격대에 있었고, 그때 실적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던 상황이다. 모든 조건들이 무르익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회상했다.

◆펀드 수탁고 급증…일주일에 3개 팔던 회사의 ‘반전’

회사 인수 직후 154억원이던 펀드 수탁고는 4개월만에 8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타 운용사에 비해 상대적 금액은 낮지만, 증가 추세는 가파르다.

정 대표는 “올 2월 8일 회사 인수 이후 3월 27일에 1호 펀드를 냈다. 일주일 동안 펀드 3개가 겨우 팔렸다. ‘좋으면 팔리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 세일즈 활동도 전혀 안 했다. 영업에 대해 정말 무지했던 우리”라며 웃었다.

그는 “아는 사람 없이 맨땅에 헤딩을 했다. A 증권사 강남쪽 지점에서 처음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정말 운 좋게도 그곳 PB 분들이 알아봐 주셨다. ‘이거 몇 개 남았냐’고 물으셔서 하나도 안 팔렸다고 하니 ‘우리가 다 팔게요’라고 해주셨던 게 시작이었다. A증권사에서 잘 팔리기 시작하니 B증권사에서도 불러주고 C증권사에서도 불러줬다. 지금은 펀드를 출시하면 첫 주에 예약이 완판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본격적으로 영업한지는 두 달 정도 됐다. 직접 발로 뛰고 PB와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신뢰를 얻은 것 같다. 무엇보다 요즘 고객들은 사모펀드에 경험이 많아, 상품을 잘 아신다. 설명을 들었을 때 이건 될 것 같다고 하는 분이 많다. 이 기간에 이정도 모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본다”고 자평했다.

◆가장 잘 하는 것? ‘상장·비상장’ 둘 다!

맛집도 짜장면과 짬뽕 둘 다 맛있기는 어렵다. 물냉면 맛집에서 비빔냉면은 물냉만 못하기 마련인데, 이 집은 둘 다 잘한다. 그 비결에 대해 정규봉 대표는 ‘딜소싱’ 능력이라고 답한다.

정 대표는 “업계에서 우리를 주목하는 이유는 ‘딜 소싱’ 능력이라고 알고 있다. 회사 설립 5년 전부터 준비한 것 들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비상장 업체와의 꾸준한 관계와 신뢰가 쌓였다. 내가 창업했을 때, 나를 믿고 저렴한 가격에 단독딜로 주신 분들이 많다. 이분들이 또 소개를 해주는 선순환 구조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딜은 매우 풍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어예진 기자
사진=어예진 기자

◆가치투자 철학 ‘성과’로 증명

르네상스운용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용 철학은 ‘성장성 높은 자산을 싸게 사는 것’이다.

이건규 대표는 “아무리 좋다고 해도 비싼 주식을 사면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게 기본적인 철학이다. 최근에는 비상장 쪽에 자금이 많이 쏠리면서 고평가 된 주식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상장주식과 마찬가지로 비상장도 경쟁력 있는 기업을 얼마나 좋은 가격에 가져올 수 있느냐가 수익과 연동되는 부분이다. 비즈니스가 탄탄한 곳, 가격이 싼 곳, 이런 것을 상장과 비상장 모두 밸런스 있게 잘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우리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고 확신했다.

르네상스운용은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Pre-IPO, 공모주, 메자닌)을 함께 편입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절반 이하로 낮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기존 펀드였던 ‘인텔리전스 1호’는 이들이 인수한 이후 4개월 동안 10.16%의 수익이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45% 떨어졌다. ‘르네상스 코스닥벤처액티브 펀드’도 지난 4개월 코스닥이 -2.84% 빠지는 동안, 16.84%의 수익을 올려 업계 주목을 받았다.

르네상스운용이 현재 주목하는 투자처는 그들의 운용철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상장 종목 운용을 맡고 있는 이건규 대표는 “시가총액 1000억원~6000억원 수준의 중소형주 중에서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고, 밸류에이션 상 저평가 된 종목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개별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이런 주식들의 주가 퍼포먼스가 좋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비상장 운용을 맡고 있는 정규봉 대표는 “비상장은 업종을 예측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뒤의 회사를 봐야한다. 3년 뒤에도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곳을 찾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기금’ 유치 욕심 없다..개인고객 수익률 증가에 ‘집중’

수익률 선전으로 인한 연기금의 ‘러브콜’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정 대표는 “'러브콜'은 있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금이 들어와 기존 투자자들의 고객자산에 영향을 끼친다면 받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분명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저는 이전 회사에서 이미 연기금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욕심은 없다”며 “수익 기회는 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에서 잡아야 하는데, 기관 자금을 받아버리면 우리가 좋게 생각하는 종목을 충분히 못 살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들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기세에 욕심을 내볼만 하지만, 두 대표 모두 외형보다는 내실을 키우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 대표 “외형 욕심을 안 낼 생각이다. 몇 조씩 커지면 우리야 좋겠지만 고객 수익률 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타겟팅 하고 있는 멀티형 상품이 있다. 이걸 잘 운용할 수 있는 사이즈 까지만 키울 생각이다. 우리 회사는 고객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익률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돈은 들어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끝으로 “신규 고객도 물론 받겠지만 기존 고객 자산이 커지면서 AUM(운용자산)이 커지는 게 기존 고객도 저희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약력>

이건규 대표이사

2002-2003    JNB투자자문
2003-2018    VIP 자산운용 CIO
2019-          르네상스자산운용 CEO

정규봉 대표이사

2002-2010    신영증권 재무관리팀/경영기획팀
2010-2016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스몰캡팀장
2016-2018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장
2019-          르네상스자산운용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