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쩐의 전쟁'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새국면…수세 몰린 KCGI
[이슈분석] '쩐의 전쟁'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새국면…수세 몰린 KCGI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6.2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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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한진그룹은 그동안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던 미국의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나서면서 지분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KCGI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은 크게 늘어났다는 평가다. KCGI가 추가 자금을 얼마나 투자할 수 있을지에 승부가 좌우되는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델타항공, 한진그룹 백기사로 등장 

21일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지난 20일(현지시각) 한진칼의 지분 4.3%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향후 한진칼의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델타항공은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과 오랜 인연을 가진 기업 중 하나다. 항공 동맹체인 스카이팀에 함께 소속 돼 있으면서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 미국과 아시아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우군으로 등장하면서 한진칼과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사진=델타항공
사진=델타항공

현재 고(故)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포함, 한진칼에 대한 오너일가 및 우호 지분은 28.94%로 KCGI가 확보한 지분 15.98%보다 12.96%P 앞서있는 상황. 하지만 국민연금이 한진칼의 지분 6.70%를 보유 중이고 소액주주의 지분이 45.09%라는 점에서 KCGI가 주주의 지지를 끌어낼 경우 비슷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져 왔다. 

무엇보다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타계 이후 상속비를 내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지배지분이 감소할 것으로 점쳐져 왔지만 델타항공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정 반대로 뒤집어졌다. 

델타항공의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한진칼에 대한 오너의 우호지분은 33.24%다. 향후 델타항공이 추가 지분을 확보를 통해 10%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KCGI와의 지분 격차는 최대 22.96%P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KCGI의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절반 가까운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확보해야만 하는 수치다. 결국 KCGI 입장에서는 최소한으로 확보해야하는 필요지분이 더욱 커진 셈이다. 

앞서 유안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KCGI가 한진칼의 지분 20%까지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자금력 한계 보이는 KCGI…추가자금 확보해야

공교롭게도 KCGI의 자본력은 한계가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KCGI는 지난 3월 주총 이후에도 한진칼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왔는데,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지분 3.06%를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주택담보대출 만기에 대한 연장을 거절하면서 KCGI는 KB증권, 더케이저축은행, KTB증권 등에 추가 담보대출을 받은 상황. 이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한진칼의 지분은 4.40%로 기존보디 1.34%P 높아졌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KCGI가 추가 자금조달 없이는 한진칼의 추가 지분 확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KCGI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펀드자금 투자유치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결국 향후 한진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쩐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백기사 확보를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선 상황이고 KCGI는 이에 맞서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법원에서 KCGI의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을 기각하는 순간부터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상속세와 후계구도, 백기사의 등장까지 매 순간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KCGI가 열세에 놓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