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합 "타인명의 등기 부동산, 원 소유자에게 소유권"
대법 전합 "타인명의 등기 부동산, 원 소유자에게 소유권"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6.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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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소유자는 명의신탁 부동산 돌려받을 수 있다
불법원인급여로 단정 못 해
법적 안정성 고려해 기존 입장 유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재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재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2013다218156)가 이른바 '타인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의 소유권은  등기명의인이 아니라 원 소유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동산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기해 둔 원 소유자가 등기명의인에게서 해당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을 금지하기 때문에 원 소유자가 소유권을 되찾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부동산 소유자 A가 해당 부동산 명의자 B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부동산실명법을 어긴 채 명의신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불법원인급여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 얻은 이익을 뜻하는 것으로 민법상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불법성도 적지 않은데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 이상으로 부동산 원 소유자의 재산권 본질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A의 남편은 1998년 농지를 취득한 뒤 농지법 위반 문제가 발생하자 B의 남편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했다. A는 2009년 남편이 사망하자 농지를 상속받았고, 뒤이어 2012년 B의 남편도 사망하자 B를 상대로 명의신탁된 농지의 소유권 등기를 자신에게 이전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명의신탁'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으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의 손을 들어줬다.

2002년 9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가 되므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17년 만에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이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해 지난 2월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 의견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판례 변경은 무산돼 타인명의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원 소유자가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존 판례가 유지됐다.

한편 조희대·박상옥·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동산실명법 규정의 문언과 내용, 체계, 입법목적 등을 이유로 기존 판례의 타당성을 확인한 판결"이라면서도 "다수의견 역시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과 현재의 부동산실명법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반대의견과 같이 구체적 사건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법원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