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과 乙 갈등된 최저임금②] 급격한 인상에 벼랑끝에 내몰린 中企
[乙과 乙 갈등된 최저임금②] 급격한 인상에 벼랑끝에 내몰린 中企
  • 전지현
  • 승인 2019.06.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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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존폐 위기...최저임금 인상, 비용증가에 고용축소로 이어지는 부작용 속출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국내생산은 인건비 때문에 줄어드는데 단가는 그대로이거나 더 떨어지는 수준이다. 대기업들은 마진을 포기 하지 않고 직원들 급여가 올라가니 하청업체에 단가 하하락을 요구한다. 버틸때까지 버티겠지만 이렇게 가면 결국 운영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니트편직 제조사 A사장의 자조섞인 목소리다. 고용자 5명 뿐인 회사지만 제일 하단에 있는 하청업체기에 납품단가 조정이 어려워지면서 인건비 인상금액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전했다.

2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사업 존폐가 달린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전체 근로자 25% 고용한 中企·소상공인업계, 최저임금 직격탄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데는 국내 특성상 영세 소상공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에 직접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500만5000명. 전체 근로자 25%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중앙회 '2018년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은 약 307만개사로 전체 86.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중 1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 전체 근로자 43.9%가 근무하고 있다.

표=중소기업중앙회.
표=중소기업중앙회.

즉, 국내 전체 근로자 4분의 1이 최저임금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들 업계가 가장 밀접한 폭풍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특히 소상공인에게 인건비 부담은 지출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담요소다. 임차료가 높은 서울에서도 인건비 부담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은행 기업경기실사지주에 따르면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 비중은 2017년 3월 4.6%에서 2018년 8.3%, 2019년 3월 11.2%로 급증했다.

더욱이 한국 임금체계가 연공급제라는 특성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담을 심화시키는 요소기도 하다. 근로자 임금 상승은 최저임금 인상분 외 추가적인 비용증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제과업을 하는 A 사장(근로자 8인)은 "급여인상으로 4대보험, 퇴직금, 특근수당 인상해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실제 회사 부담은 2배로 인상된다"며 "지난해 매장 2곳을 정리했고, 조만간 1개를 추가 정리할 예정"고 하소연했다.

중견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발표한 ‘2018년 상장 중견기업 경영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중견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6.6% 줄어든 1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영업이익이 9.4%하락했고, 비제조업 영업이익도 1.4% 감소했다.

제조업에서는 1차 금속(-53.0%), 금속가공(-39.5%), 기계장비(-34.3%) 순으로 부문별 영업이익이 떨어졌고 비제조업에서는 운수(-183.4%), 전문과학서비스(-29.2%) 순으로 줄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곡소리...부작용 속출

최저임금 인상 2년. 부작용은 영세상인과 소상공인들은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 현장에서 임금 인상을 고용축소로 대응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 영향도를 조사한 결과 올해 영세업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고용이 2017년 대비 10.2% 감소했다. 최저 임금 인상시 신규채용을 축소하거나 기존인력을 감소하겠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각각 29.8%, 18.8%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음식점 사장 B(근로자 3명)씨는 "직원은 2명에서 1명으로, 알바도 4명에서 2명으로 감원했다"며 "평일은 알바 없이 오픈부터 마감까지 14시간 이상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365일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인력부족을 매꾸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용업 사장 C(근로자 4명)씨는 "미용업에서는 기술을 가르쳦면서 실습식으로 일하는 특성이 있는데 갓 기술습득을 시작한 초보직원에게 200만원 정도를 맞춰주면서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점점 직원을 채용안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근로자간 불화와 노사갈등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자동차 수리업에 종사하는 사장 D(근로자 4명)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신입과 기존 직원들간 임금 차이가 크지 않아 노사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D씨는 "기술직 사원 5~6년차 임금이 대략 240~260정도인데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최저임금 및 OT시간 포함 214만원"이라며 "신입직원은 입사부터 기술을 배울떄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되는데 기존 직원들과 임금차이가 크지 않아 기존 직원들의 불평불만이 팽배해졌다. 경력직 임금 인상은 한계가 있다보니 분위기도 안 좋아지고 일할 의욕도 못느낀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속도조절론' 제기

소상공인들이 경영 한계에 직면해 있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최저임금이 실시된 후 최근 1년새 소상공인 3명중 1명은 휴·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 결과 소상공인 33.6%가 최근 1년 사이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었다.

숙박·음식점업(38.9%)에 종사하거나 지난해 매출이 5000만원 미만(44.0%) 혹은 5000만~1억원(42.7%) 미만으로 영세한 소상공인일수록 휴폐업을 고려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사업을 접고 싶어도 생계유지나 더 큰 손해를 감내하기 어려워 빚을 끌어들여 파산을 면하고 있었다. 휴·폐업을 고민했지만 폐업을 하지 못한 이유(복수응답)로 `매수자 없음'이 63.1%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폐업 후 생계유지 부담' 58.9%, `권리금 회수 어려움' 41.1% 등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에 준하는 정도로 속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7%로 생활과 밀접한 물가 상승률의 4배가 넘고 임금 인상률의 2배가 넘도록 고율 이상이 지속되는데 최저임금을 29%나 올려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여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의 동결'이란 데 생각을 같이 했고, 홍영표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등 여권 인사들도 '동결' 혹은 '동결에 가까운 수준'을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