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과 乙 갈등된 최저임금①] "더오르면 고사"vs"1만원"...2020 최저임금, 시작된 샅바 싸움
[乙과 乙 갈등된 최저임금①] "더오르면 고사"vs"1만원"...2020 최저임금, 시작된 샅바 싸움
  • 전지현
  • 승인 2019.06.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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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그야말로 '을과 을의 갈등'이 되고 말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27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두축으로 갈라진 '乙(을)'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 한축에 선 '乙(을,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또 인상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또 다른 한축의 '乙(을, 노동자)'들은 기본권을 위해 기존 방향대로 인상을 할 것을 놓고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모여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긴급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모여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긴급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지난 1·2차 전원회의가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등 총 27명의 위원을 확정하고 대표자를 선정하는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 상견례 성격이 짙었던 반면, 3차 회의부터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하는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최저임금 결정 D-7, 중소·소상공인 "더 오르면 고사"...줄잇는 성명 발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착수에 따라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가 강하게 현장 목소리를 전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국내 소상공인·중소기업계 대표하는 15개 협·단체(이하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 모여 2020년 적용 최저임금 긴급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 2년간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뿐 아니라 여러 중복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업의 지불능력과 노동생산성을 반드시 감안해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지불능력과 경제상황을 포함시키고, 영세·소상공인 업종과 규모를 반영한 구분 적용을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5인 이하 소상공인 업계는 참혹한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중소기업단체협의회 보다 하루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이슈는 '생존 문제'로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 적용'으로 인상분 최소화를 촉구했다. 소상공인업종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저임금은 이미 소상공인 업계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마지막 한 방울만 떨어지면 넘칠 수 있는 위태한 상황"이라며 절박한 현실을 전했다.

편의점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24시간 영업하던 편의점들은 최저임금 인상 후 자영업자 약 30%가 직원수를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변경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편의점에서 4대 보험을 90% 대납하고 그 금액을 일자리안정자금으로 돌려받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분에 대한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위계층의 인건비 인상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하는데 실제 정책대상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다른 점은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반면 소상공인 업계는 '규모별 자등 적용'이 수용된다면 인상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계는 '동결'을, 소상공인업계는 '규모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2020 최저임금 심의 첫날부터 진통...'동결'vs'1만원' 날선 줄다리기 시작

최저임금 1만원을 부르짓는 노동계와 시민단체들도 을과 을의 대결 대신 불공정 경제구조와 재벌체제 개혁을 부르짓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유지하되, 고액 연봉을 받는 공직자 등  최저임금으로 임금 최저선을 정하는 것처럼 임금 최고선도 정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라이더유니온, 알바노조 등 6개 단체가 모인 1:10운동본부(운동본부)는 불평등이 '을'끼리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데,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최고'임금위도 만들어 사회 격차를 낮출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19일. 2020년 최저임금의 본격적인 논의가 실시된 심의 첫날부터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와 '2020년 1만원'을 고수하는 노동계의 날선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2020년 최저임금을 놓고 5시간 넘게 전원회의를 열었다.

공청회에서 노동계는 "1만원은 돼야 돈을 모아 여행이라도 간다"며 시급 1만원을 거듭 주장했고, 경영계는 "여기서 더 올리면 사약이며, 폐업이 속출할 것"이라며 양보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노사는 최저임금 결정 단위의 시급, 월급 여부와 시급에 월급 환산액 병기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이나 업종별 차등적용,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25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