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끝나지 않은 '10년 분쟁'…공대위 "최종구, 금감원 흔들기 중단하라"
키코, 끝나지 않은 '10년 분쟁'…공대위 "최종구, 금감원 흔들기 중단하라"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6.1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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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공대위, 1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
은행권 "분조위 결과 예의주시...법률검토 필요"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2009년부터 키코(KIKO)사태에 맞서온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키코 피해기업 재조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강력 규탄했다.

키코를 둘러싼 은행과 피해기업간 분쟁의 화살이 금융당국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김현경 기자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김현경 기자

키코 공대위는 18일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위원장의 사과와 피해기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키코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작년 5월 금융위원회가 설명회를 열어 지시했던 사항"이라며 "결국 최종구 금융위원장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우스운 형국을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금융위가 내달 초 예정된 키코 사건의 분쟁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감원 흔들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 위원장이 이달 말 열리는 금감원 분조위에 키코 피해기업 재조사 결과가 안건으로 오른 것을 두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데 반발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 10일 최 위원장은 마포혁신타운 착공식에서 "(키코 사건이) 분쟁조정 대상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감원의 분쟁조정이 결과가 나오면 당사자들이 받아들여야 이뤄지는 것인데 어떻게 할지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대순 키코 공대위 공동대표는 "키코의 직접적 피해액만 30조가 넘는 걸로 (내부적으로) 파악되는데 멀쩡하게 영업할 수 있었던 기업들도 키코 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은행의 개런티를 못 받게 됐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금융위원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키코 피해 기업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망언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은행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은행이 기업 외화를 시세보다 싸게 사들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기업 입장에서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키코는 지난 2005년 중반부터 은행에서 판매됐는데 환율에 민감한 수출 중소기업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치솟으면서 키코 가입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됐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당시 키코사태로 기업 738개사가 3조2247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이에 피해 기업들은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2013년 대법원은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줄곧 키코는 사기라고 주장해왔던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후 키코 피해기업 재조사에 나서면서 키코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감원은 지난 1년간 진행했던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이달 말 열리는 분조위에 상정하고 그 결과를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분조위는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와 배상액 등을 결정한다.

이날 키코 공대위는 키코 피해구제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키코사건을 비롯한 금융피해기업을 위한 지원재단'을 출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분조위 결과가 나온 후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남화통상, 원글로벌 등 금감원 분쟁조정 대상에 오른 4개사가 은행으로부터 배상을 받으면 그 일부를 출연해 설립한다.

은행권은 금감원 분조위 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감원 분조위에서 배상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법원에서 은행의 승소로 끝난 사건인 만큼 은행 임의로 배상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자칫 배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의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라며 "판결이 이미 나온 사항에 대해 다시 조정하려고 하면 배임 이슈가 있을 수 있어 분조위 결과를 보고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났던 사안이란 걸 염두에 두면서 분조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피해 기업들이 과거에 키코 상품으로 이익을 봤던 사례들은 얘기를 안 하고 최종적으로 환율이 급등해 피해를 본 것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키코로 이익을 봐 여러 차례 키코에 가입했던 분들이 이제와 키코를 잘 몰랐고 그 이유가 은행이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