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지시한 태광그룹 총수일가 엄중 제재
공정위,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지시한 태광그룹 총수일가 엄중 제재
  • 이서진 기자
  • 승인 2019.06.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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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세종)=이서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계열사에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김치와 와인을 강매하도록 지시해 이익을 챙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경영진을 고발했다. 

태광그룹 총수일가의 지시에 따라 태광그룹 19개 계열사는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10kg당 19만 원에 무려 512톤, 총 95억5000만 원어치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비교 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했다.

태광그룹의 이러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000만 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김기유 경영기획실장, 법인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호진 전 회장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계열사를 동원해 고가에 구매하도록 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연합뉴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연합뉴스

태광그룹 총수일가는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사업부인 '휘슬링락CC'이 생산한 김치 단가를 10kg에 19만 원으로 결정해 각 계열사에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고, 각 계열사는 부서별로 물량을 분배했다.

각 계열사는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으로 휘슬링락CC 김치를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휘슬링락CC가 만든 김치는 제대로 된 김치도 아니었다.

2014년 4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해 김치를 대량 생산했는데, 김치 제조·판매와 관련된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과 영업 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춘천시로부터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받았을 뿐 아니라 실무책임자는 형사 고발돼 재판 진행 중이다.

이렇게 태광그룹 계열사가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톤으로 거래금액은 95억5000만 원에 달했다.

또 각 계열사에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와인 소매 유통사업 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대량의 와인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하도록 한 것도 드러났다.

2014년 8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설, 추석 등 명절 때 임직원 명절 선물로 메르뱅 와인을 지급하라고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각 계열사는 임직원 선물 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그룹 계열사는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각 계열사는 경영기획실의 지시라서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태광그룹 계열사가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태광그룹의 행위에 따라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8000만 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경영기획실장 그리고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를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