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믿을 건 배터리 뿐”…재계 투자 가속도 
[이슈분석] “믿을 건 배터리 뿐”…재계 투자 가속도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6.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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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최근 주요 기업 사이에서 전기차 배터리 붐이 일고 있다. 자동차 배터리 관련 사업에 진출하거나 투자,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것.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투자에 쏠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재계 주요 기업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배터리는 최근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산업계 전반의 신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거의 유일하게 안정적인 성장곡선을 그릴 것으로 점쳐지는 탓이다. 

◆ 배터리 소재, 재활용등 신사업 투자 본격화

이 때문에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세계 각처에서 생산시설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이에 따라 부품, 소재 등 새로운 시장의 투자도 활발해졌다는 점이다. 

SK그룹 계열사 SKC는 최근 글로벌 동박 제조업체인 KCFT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기술로 얇게 만든 막으로 2차전지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전지용 동박은 얇을수록 많은 음극 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배터리의 고용량, 경량화에 필수적이다. 

전기차 배터리.ㅣ사진=LG화학
전기차 배터리.ㅣ사진=LG화학

SKC는 동박의 수요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로 급격하게 늘어나는 만큼 2022년까지 생산능력을 3배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도 배터리 관련 사업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포스코는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로 꼽히는 리튬의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에 필수적인 소재로 꼽힌다. 

포스코는 올해 하반가 율톤산단에 리튬 공장을 착공한 뒤 내년 말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호주의 필라바사와 함께 광양에 탄산·수산화리튬 생산공장 설립 및 지난해 인수한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의 광권에 대한 투자도 계획 중이다. 

아울러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관계사인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하고 본격적인 배터리 소재사업을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특히 이 회사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극재를 3만9000톤, 음극재를 4만40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말 대비 양극재는 333.3%, 음극재는 83.3% 늘어나는 셈이다. 음극재와 양극재는 배터리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두산그룹도 배터리 전지박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두산은 지난 4월 연료전지 및 소재사업을 분할해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키며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한 상황. 이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올해 말 완공을 앞둔 헝가리 동박 공장이다. 두산 측은 고효율 전지박 제품 설계 및 개발을 통해 연간 5만톤의 동박을 생산할 계획이다. 

소재사업 외에도 배터리 관련 사업은 커지는 분위기다.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 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핀란드 에너지기업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까지 관련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로 발전량이 일정치 않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때 꼭 필요한 장치다. 지금까지 ESS는 배터리 제조사의 전유물이었지만 현대차는 전기차에서 회수되는 배터리를 회수, 80~90%까지 성능을 복구해 ESS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 앞으로 관련 사업 더 늘어날 듯

제조업계가 이처럼 배터리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자동차 브랜드는 전기차의 도입 확대를 결정하고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된 상황. 

이미 소규모 부품업체까지 감안하면 배터리산업의 생태계 규모는 급격하게 커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기차 배터리는 가장 가시적이고 성장이 유력한 사업”이라며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다양한 사업 기회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