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제약사, 에이즈치료제 개발 '질주'…길리어드·GSK 추격
국내 바이오·제약사, 에이즈치료제 개발 '질주'…길리어드·GSK 추격
  • 제갈민 기자
  • 승인 2019.06.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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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부터 중소제약바이오 기업까지 HIV치료제 개발 박차
HIV치료제 국산화 성공 시 합리적 가격에 제공 가능할 것으로 전망

[비즈트리뷴=제갈민 기자] 에이즈(AIDS) 치료제 최대 시장으로 여겨지는 미국 시장에서 현재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영국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시장을 양분해 1·2위를 꿰차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해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어 눈길이 간다.

에이즈.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제약과 ST팜, 스마젠, 카이노스메드 등이 에이즈 치료제에 대해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제약은 지난해 11월 에이즈 치료제 ‘테믹시스’를 자체 개발에 성공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ST팜의 에이즈 치료제는 현재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 1상을, 스마젠의 에이즈 백신은 임상 2상을 앞두고 있으며, 카이노스메드의 에이즈 치료제는 중국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돼 체내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 질병이다. HIV는 1983년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많은 글로벌 제약사가 30여종 이상의 치료제를 개발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완치를 할 수 있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HIV감염자는 매년 신규로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새로운 감염자가 나타나고 그들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에 비춰보면 시장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길리어드사이언스(이하 길리어드)와 GSK가 독과점하고 있는 미국 에이즈 치료제(HIV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03억 달러(한화 약 24조원)에 달한다. 이 중 길리어드가 약 116억5400만 달러(17조3000억원), GSK가 약 36억9100만 달러(4조3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두 제약사가 미국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세부적으로는 길리어드 HIV치료제 ▲젠보야 36억3100만 달러 ▲트루바다 26억500만 달러 ▲데스코비 12억1700만 달러 ▲빅타비 11억4400만 달러 ▲스트리빌드 5억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GSK는 ▲트리멕 21억1700만 달러 ▲티비케이 13억1300만 달러 ▲줄루카 1억5700만 달러 등 매출을 올렸다.

HIV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모습은 한국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길리어드가 한국시장에 공급 중인 HIV치료제 젠보야, 데스코비, 트루바다, 스트리빌드 등 4개 제제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약 4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매출 359억원 대비 18.4% 증가한 수치다. GSK의 지난해 국내 HIV치료제 총 매출은 약 400억원을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1000명 이상 HIV감염자가 신규로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1191명의 신규 HIV환자가 집계돼 2017년 기준 내국인 HIV감염자 수는 1만2320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셀트리온제약을 비롯한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HIV치료제 국산화에 노력을 쏟고 있으며 그 성과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어 전망이 밝다.

국내 제약바이오사, 치료제 국산화 목표

셀트리온제약과 ST팜, 카이노스메드, 스마젠 등은 현재 유통 중인 HIV치료제의 부작용을 개선한 신약을 개발하고 치료제의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HIV치료제를 개발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해 길리어드와 GSK의 파이를 뺏어올 계획이다.

사진=셀트리온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은 지난해 11월 HIV치료제 테믹시스(CT-G02) 개발에 성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곧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테믹시스는 GSK의 오리지널 항바이러스제 ‘제픽스’와 길리어드의 항바이러스제 ‘비리어드’ 성분을 합친 셀트리온제약의 첫 화학합성 의약품이다.

테믹시스 생산을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 청주공장은 미국 FDA cGMP 승인 및 유럽 규제기관(MHRA)의 실사를 완료해 생산 가동 준비를 마쳤다. 연간 생산규모는 약 100억정으로 국내 단일 제형 생산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향후 셀트리온은 24조원 규모의 미국 HIV시장을 목표로 2020년 2월과 10월, 미 FDA에 2종 3제 케미컬 HIV치료 복합제 ‘CT-G06’와 ‘CT-G07’을 추가로 허가 신청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연간 생산량은 ▲테믹시스 약 2000만정(약 100억원) ▲CT-G06 약 1~2억정(약 5000억원) ▲CT-G07 약 1~2억정(약 5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테믹시스는 중간 현지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셀트리온이 입찰을 받아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제약시장의 비싼 약가와 보험구조로 의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치료제를 공급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테믹시스의 발주가 시작되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모두 화학합성의약품 매출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 ST팜도 HIV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전임상을 마쳤다.

ST팜 HIV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STP0404’는 HIV 인테그라제의 비촉매활성 부위를 저해해 에이즈를 치료하는 인테그라제 저해제(ALLINI)다. 촉매활성 부위를 저해하는 기존 치료제들에서 나타나는 제제 내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first-in-class 신약 후보물질이다.

ST팜은 지난 2014년부터 한국화학연구원의 김봉진·손종찬 박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후보물질을 도출했으며, 2016년 9월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 받아 국내외 특허권과 독점개발권을 확보했다.
 
전임상에서 STP0404는 HIV에 감염된 다양한 세포주(PBMC, MT-4, CEMx174)에 대해 우수한 저해효과를 나타냈고, 세포독성 문제는 없었다. 특히 내성이 생긴 HIV-1 균주에 대해서도 뛰어난 저해효과를 나타내 내성환자의 치료 가능성이 확인됐다.

현재 ST팜은 해당 제제에 대해 2020년 임상1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소 제약바이오사의 선전…美·中 임상 진행 중

대형 제약바이오사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HIV치료제에 대해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스마젠은 지난 2011년 미 FDA로부터 자체 생산 HIV백신에 대한 임상 1상 시험 승인을 받아 미국 내 임상시험 시설에서 진행해 완료했고, 현재까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젠 HIV백신 sav001. 사진=스마젠
스마젠 HIV백신 sav001. 사진=스마젠

스마젠이 개발한 HIV백신은 세계 최초 ‘전체사독 에이즈백신(Killed-Whole-HIV Vaccine, SAV001)’이며 현재 미국 임상 2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에이즈와 관련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과 제약회사들이 백신개발에 도전했으나, 아직까지 성공을 하지 못한 상태다.

스마젠 관계자는 “기존에 도입했던 다양한 HIV백신 개발 전략들이 모두 실패한 상황”이라며 “학계나 의료계는 SAV001이 채택한 ‘전체 사독바이러스 백신’이 유일하게 성공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이미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SAV001은 인체에 독성이 없고, 에이즈 예방 및 치료에 가장 중요한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 형성이 확인됨에 따라 백신의 효력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 카이노스메드이 자체 개발한 HIV치료제(KM-023)가 지난해 하반기 으로부터 임상 3상 허가를 받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카이노스메드가 개발한 HIV치료제도 순항중이다. 카이노스메드가 개발한 HIV치료제 KM-023은 지난 2014년 중국 제약회사 ‘장쑤 아이디’로 기술 이전돼 지난해 하반기 중국 식품의약품관리감독총국(CFDA)으로부터 임상 3상 허가를 받아 지난해 10월 말부터 본격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임상 3상은 중국 내 에이즈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진행된다. 특히 이번 임상 3상에서는 HIV의 억제 효과와 약제 내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병행복합치료제 효능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화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카이노스메드 HIV치료제 KM-023은 비핵산 역전사효소 억제제로 기존 HIV치료제에 비해 중추신경 부작용이 적고 항바이러스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결핵·에이즈관리과 관계자는 “HIV 신규 감염자의 수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며 “에이즈에 대한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진행하고 있지만 누적 감염인 수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연구개발로 HIV치료제가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수입되는 치료제 보다 저렴한 금액에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국내 HIV감염자 1인당 연간 치료 지원 금액(지원 비율은 동일)을 절감할 수 있어 국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