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투자금’ 사모펀드에 몰린다…어디에 투자하길래?
사모님의 ‘투자금’ 사모펀드에 몰린다…어디에 투자하길래?
  • 어예진 기자
  • 승인 2019.06.14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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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 달, 증시 자금 125조원 증발... 사모펀드 수탁고는 오히려 늘어
라임·르네상스·씨앗·알펜루트·타임폴리오운용 '잘 나가는 운용사'로 입소문
메자닌·Pre-IPO,확정금리형 상품 '인기'
그래픽=김용지 기자
그래픽=김용지 기자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자 38.5%가 ‘사모펀드에 투자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2%p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부자들의 경우 같은 기간 대비 30%p가 상승했다. 초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사모펀드의 수요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암울했다. 5월 한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증발된 시가총액은 125조원에 달한다. 코스피는 7%가 떨어졌고 코스닥은 8%가 날아갔다. 반면, 업계에서 꼽는 이른바 ‘핫 한’ 사모펀드운용사들은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수탁고가 늘었다. 

◆ 악재장에서 선방.. ‘잘나가는’ 사모펀드는 누구?

증권사 PB나 사모펀드운용사 매니저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요즘 ‘잘나가는’ 운용사의 기준은 수탁고다. 시장이 어려워 자금들이 빠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운용사들이 즐비한 와중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곳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헤지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들어서만 수탁고가 2조원이 증가했다. 라임운용은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장점을 향유할 수 있는 투자 방식)과 대체투자 비중이 가장 큰 가운데, 주식 롱·숏(매수·매도)전략과 채권형 헤지펀드 등 고른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IB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우수한 딜소싱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회사로 알려졌다.

설립한지 3년이 채 되지않은 신생 사모펀드인 르네상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154억원이었던 수탁고가 지난 13일 기준 786억원으로 410%가 늘었다. 르네상스운용 측은 “중소형 상장주식 가치투자와 비상장 주식의 멀티형 상품이 시장에 반응 좋았고, 지난 2월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 인수 후 수익률이 높았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소형 상장주식의 가치투자와 벤처기업 등 3년이내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는 비상장 주식의 멀티 전략과 동시에 프리 IPO 상품 전략 병행하는 것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설립한지 1년을 갓 넘긴 씨앗자산운용도 업계가 주목하는 ‘루키’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했던 박현준 대표와 신영밸류고배당을 운용했던 박인희 부사장이 운영하는 부부회사로도 유명하다. 주로 주식 롱·숏과 채권 투자 중심의 ‘멀티헤지롱숏’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올들어 수탁고가 2100억원 넘게 줄었지만, 업계에서 여전히 ‘잘 나가는’ 운용사로 불리고 있다. 타임폴리오 헤지펀드는 설정 이후,  평균 35%의 수익률과 변동성 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대비 수익률은 높고 변동성은 현저하게 낮아 업계 탑티어(Top-tier)로 꼽힌다.  타임폴리오 관계자는 “'잃지 않는 투자'를 목표로 저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며 “주식 롱·숏 비중이 절반 이상이며, 대체투자와 글로벌 매크로, 이벤트 드리븐 전략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 돈이 몰리는 ‘투자’=수익률 ↑

이들 운용사를 비롯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사모펀드들이 ‘애용’하는 투자전략 중 하나는 메자닌이다. 채권의 형태로 발행돼 투자위험은 낮지만, 주식으로 전환 가능해 주식의 수익률도 추구할 수 있어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행사가 조정(Refixing) 조항이 삽입된 경우 주가 하락 위험을 경감시킬 수 있어 시장 변동에도 유리하다.

대표적인 메자닌 투자 펀드인 알펜루트운용의 ‘알펜루트 Fleet 3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지난달 수익률은 23.66%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57.34%에 달한다.

기관투자자의 신뢰도가 높은 안다자산운용의 ‘안다 메자닌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 4호’는 지난달 수익률 11.57%, 2017년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 25.88%를 기록했다.

메자닌이 포함된 멀티 전략을 구사하는 ‘인텔리전스 1호’는 르네상스운용이 지난 2월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을 인수한 이후 운용을 맡으면서 4개월만에 10.16%의 수익을 달성한 상품이다.

A 사모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최근에도 메자닌이 포함된 멀티 전략의 펀드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 업계에서는 메자닌 물량을 구하는게 운용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른바 ‘방탄소년단 펀드’로 얼마전 이슈를 몰았던 Pre-IPO(비상장투자)도 최근 사모펀드가 눈독을 들이는 투자처로 꼽힌다. 비상장투자는 앞으로 공룡기업이 될 수 있는 성장성이 있는 기업들을 선별투자해 추후 IPO(기업공개)로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돌풍을 몰고 왔던 Pre-IPO 펀드인 ‘알펜루트 몽블랑 V 익스플로러’는 알펜루트자산운용이 기업 공개를 앞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펀드는 초기부터 약 2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완판됐다. 알펜루트운용은 같은 방식으로 마켓컬리와 파킹클라우드 등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확정금리형 상품도 최근 인기를 모았다. B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쪽에 유동성은 풍부한 편이다”라며 “최근 1년에 5% 확정금리를 받는 ‘확정금리형 상품’에 고액자산가들이 몰려 업계에서 이슈가 됐다”고 전했다.

◆ 딜소싱 경쟁 과열… 리스크 우려 목소리 ↑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모운용사는 269곳에 달한다. 사모펀드 진입 장벽이 완화되면서 최근 4년새 급증하는 추세다. 운용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사모펀드 수탁고는 333조5096억원로 올들어 6개월 사이 43조원이 더 늘었다.

한 증권사 PB는 “시장에 좋은 투자처는 한정적이고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좋은 기업을 보는 눈도 중요하지만 그 기업의 주식 혹은 채권을 유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경쟁의 승부수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운용성과에 욕심을 내다 자칫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모업계 관계자는 “투자 물량을 구하기 급급하다 보니 리스크가 있는 것을 건드리기도 한다. 경쟁 과열이 자칫 수익률 제로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