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 켜고 버스 타면 자동차보험료 할인...편법 횡행하는 '운전습관 연계보험'
티맵 켜고 버스 타면 자동차보험료 할인...편법 횡행하는 '운전습관 연계보험'
  • 이나경 기자
  • 승인 2019.06.13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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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손보사 UBI보험 조건 충족시 보험료 10%나 할인
포털사이트엔 점수 올리는 방법도 등장
SK텔레콤 "편법 차단 알고리즘 업데이트 중"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비즈트리뷴=이나경 기자] #A씨는 최근 티맵 운전습관 서비스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방법으로 초기화했다. 자동차보험 갱신을 앞두고 ‘운전습관 연계보험(UBI)’으로 보험료를 할인받기 위해서다. A씨는 4번 초기화한 후 5번 만에 조건을 충족해 1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운전습관 연계보험은 운전자의 운행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으로 현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에서 가입 가능하다. 

이 중 SK텔레콤의 ‘티맵 운전습관 서비스’와 연계한 상품은 현대해상을 제외한 3사에서 판매 중이다. 현대해상은 현대・기아자동차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차량에 고정된 장치를 활용한다. 고객들은 조건에 충족할 경우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2%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일부 가입자들이 각종 편법을 써서 할인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품은 최근 6개월 이내 500km 주행 시 보험사가 정한 기준 점수를 넘기면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데, 일부 가입자들은 보험갱신을 1~2개월 앞두고 점수를 초기화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앱을 켜는 등의 방법으로 부족한 점수를 채우고 있다. 

티맵을 초기화해 점수를 올리는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한 포털 사이트에 ‘티맵’을 검색하면 ‘티맵 초기화’ 등이 연관검색어로 나올 정도다. 한 이용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점수를 올리기는 어려운데, 깎이는 건 순식간”이라며 “또 초기화했다”고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가입자들은 운전점수가 감점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고속도로 주행에만 이용하거나 차가 꽉 막힌 도로 상황에서 앱에 접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급가속이나 급감속할 위험이 적어 좋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다. 

주행거리를 채우기 위해 버스나 택시를 타고도 마치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가장하기도 한다. 한 이용자는 "버스나 택시기사의 운전습관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점수가 깎이니 시내버스보다 고속버스를 탈 때 앱을 켜 놓아야 한다"는 정보도 공유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보험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나 꽉 막힌 도로에서 운행하는 것까지 제어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직접 운전만 한다면 초기화해 다시 점수를 만드는 것도 궁극적으론 안전운전을 추구하는 것이니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어떤 보험 상품이든 편법을 쓰는 가입자가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대다수 가입자는 안전운전을 해서 점수를 받기 때문에 큰 취지에는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보험사의 보험료 할인 기준은 최근 6개월 이내 500km 주행한 데이터를 요구하지만, 먼저 티맵이 최근 3000km 주행을 대상으로 운전습관 점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단기간 안에 초기화한 점수를 다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상품개발 시 보험사들도 고민한 내용이라 편법을 쓰지 않도록 사용자들의 주행패턴 알고리즘도 계속 업데이트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텔레콤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티맵 운전습관 서비스 누적 가입자는 1085만명, 3사와 연계한 운전습관 연계보험 누적 가입자는 116만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