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Crow’, 한국마사회 케이닉스 사업에 순항 몰고 올까
‘Mr. Crow’, 한국마사회 케이닉스 사업에 순항 몰고 올까
  • 승인 2017.07.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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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한국마사회
 
[비즈트리뷴] 지난 22일(미국 현지시간) Mr. Crow가 사라토가 경마장에서 펼쳐진 1200m 경주에서 압승을 거뒀다.

소유주인 한국마사회로선 당연히 미소가 번질만한 일. Mr. Crow의 선전이 기쁜 이유는 비단 경마상금 수득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Mr. Crow가 승리를 통해 ‘케이닉스사업'이 성공궤도에 안착했음을 증명한 게 더 유의미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유전자정보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경주마 선발․최적 교배프로그램(일명 케이닉스)’ 개발에 몰두 중이다.

이를 통해 국내산마의 개량을 가속화하고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농가소득은 물론, 한국의 경마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목적에서다. 지난 2015년 시작돼 2023년까지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세계 최대의 경주마 생산국인 미국이 사업지다.

‘혈통의 스포츠’라 불리는 경마에서 씨말이 가지는 중요도는 상당하다. ‘정액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 1캐럿보다 비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뛰어난 씨수말은 수백억원을 호가하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은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공기업인 마사회 역시 마찬가지. 이에 마사회는 발상을 전환키로 했다. 즉, 될 성싶은 싹을 발굴해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시킨 후 씨수말로 국내에 데려오는 것이다. 여기서 ‘케이닉스’는 ‘싹’을 찾아내는 도구라 볼 수 있다.

케이닉스 프로그램의 정확도는 현재 0.75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유명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됐으며 특허도 4건에 달한다. 마사회는 이러한 케이닉스를 활용해 유전적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를 지금까지 13두(3세 7두, 2세 6두) 선발했다. 이중 2세마 3두는 미국이 아닌 국내에서 생산된 경주마로 ‘국내산마 유전능력 평가’와 미국 종마시장 데뷔‘가 목적이다. 13두는 미국에서 훈련받고 있으며 조교사 중에는 ‘미국 최고의 조교사’ 토드 플레처도 포함돼 있다.

3세마 7두 중 가장 먼저 주목을 끈 건 J. S. Choice였다. J. S. Choice는 토드 플레처의 관리를 받는 말로 지난해 데뷔 3전만에 브리더스컵 출전을 확정지었다. 브리더스컵은 NBC를 통해 전미에 생방송되는 대회로 우승 시 씨수말로서의 가치도 200억원까지 급등한다. 출발 직후 다른 경주마와의 충격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럼에도 75,000달러 J. S. Choice의 브리더스컵 출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상당했다.

그런 만큼 올해 Mr. Crow의 맹활약은 여러모로 눈여겨봐야 될 부분이 많다. 사실 Mr. Crow는 구매 당시, 상장마(300여두) 중에선 케이닉스 평가결과가 가장 우수해 씨수말로서의 능력도 크게 기대되는 말이었다. 높은 수준의 벨몬트파크 데뷔전에서 목차로 아쉽게 준우승을 기록하며, 데뷔전을 5위로 마무리 지었던 J. S. Choice 이상의 잠재력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한 달 만에 MSW경주에서도 우승을 차지, 자연스레 케이닉스마가 2년 연속 ‘꿈의 무대’ 브리더스컵에 진출할지에 많은 이목이 쏠린다. 그렇게만 된다면 마사회로선 쌍수들 들고 반길 일이다. 케이닉스 사업이 시행 3년 만에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브리더스컵 진출을 ‘0.2%의 벽’이라 칭한다. 한 해 미국에서 태어난 2세마 중 오로지 0.2%만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탓이다. 그런 브리더스컵에 케이닉스마 2두가 나가는 것만으로도 케이닉스 사업에는 순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게 마사회 관계자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마사회 말산업기획부 이진우 팀장은 “Mr. Crow가 우승을 차지한 7월 MSW경주 역시 특정 경주마가 출전해 우승할 확률이 5%미만인 대회”라면서, “데뷔전을 치룬 3두 중 이미 2두가 우승을 차지했기에 확률적으로도 케이닉스 사업은 효과성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고 말을 전했다. 또한 “메니피 자마를 포함한 국내산마 3두 기량이 뛰어나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달라”고 말을 더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Mr. Crow가 사라토가 경마장과 상성이 잘 맞는다는 토드 플레처 조교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다음 경주도 사라토가 경마장에서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J. S. Choice와 마찬가지로 Stakes 경주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기록한 후 이를 기반삼아 11월 열릴 미국 브리더스컵에 출전시킬 계획이다.




[구남영기자 mskadud88@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