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건전성·수익성 우려에도…신평사들 "신종자본증권 신용도 양호"
한화생명, 건전성·수익성 우려에도…신평사들 "신종자본증권 신용도 양호"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6.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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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 신종자본증권 'AA/안정적' 평가
평가 배경은 '우수한 시장지위', '안정적 수익기반'
운용자산이익률 하락과 이차역마진 부담은 우려 요소
한화생명 사옥 전경
한화생명 사옥 전경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한화생명이 생명보험 업황 부진, 이차역마진 부담 확대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발행할 신종자본증권을 두고 신용평가사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에 'A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나신평에서 부여하는 회사채 신용등급은 총 10단계로 그 중 'AA'는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가장 높은 'AAA'보다는 떨어지지만 여전히 원리금 지급 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이 자본확충 부담과 수익성 저하 우려 속에서도 우수한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다변화된 상품과 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한화생명은 올해 하반기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자산과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 최근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금비율이 크게 떨어진 만큼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필수적인 상황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LAT 잉여금비율은 보험사가 보험부채 이상의 자본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실제 한화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LAT 잉여금 비율은 1.77%로 업계 평균(13.99%)에 크게 못미쳤다. 2017년 말 LAT 잉여금비율이 12.06%였던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화생명의 자본건전성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이는 저금리 기조로 운용자산이익률이 낮아져 부채 규모가 급증한 데다 신계약 감소, 시장 포화 등 업황이 좋지 않아 순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화생명은 2000년대 이전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탓에 이차역마진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수익성 저하로도 이어졌다. 실제 한화생명의 경우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이 2017년 0.49%에서 지난해 말 0.32%로 0.1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순이익도 전년 대비 31.63% 줄은 359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34%나 급감했다.

하지만 이렇게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신평사들은 한화생명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AA/안정적' 신용등급을 부여하며 우호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동선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우수한 브랜드 인지도와 광범위한 판매채널을 바탕으로 주요 보험 부문에서 높은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사업 안정성은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며 "규모의 경제와 효율적인 판매조직 관리로 사업비율도 업계 평균 대비 우수하고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의 잠재 부실 위험이 낮아 자산건전성도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5일 한국신용평가도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과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AAA/안정적', 'A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선영 한신평 연구원은 우수한 시장지위와 안정적인 영업기반, 안정적 수익구조, 신종자본증권 특약에 따른 자본성 등을 이번 신용등급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다만, 신평사들도 최근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 하락과 이차역마진 부담은 우려 요소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금리 확정형 상품의 비중이 높아 이차역마진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으로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한화생명에 대해 "금리연동형 상품 판매 확대를 통해 금리 인하 위험에 대응하며 역마진 위험 금액을 줄이고 있고 해외 장기채 매입을 늘리는 등 금리부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차이를 지속적으로 줄이며 기간 불일치에 따른 금리변동 위험도 낮추고 있다"면서도 "2016년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했으나 2018년 이후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며 이차역마진 위험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험상품 구조상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아 해외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금리차가 확대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