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의 대물림 '가업상속공제'②] "장수기업 위협한다"...상속세의 진실
[富의 대물림 '가업상속공제'②] "장수기업 위협한다"...상속세의 진실
  • 전지현
  • 승인 2019.06.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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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 65%에 주식 양도세 22% 등 총 87%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말이다. 이후 언론들은 기업인들이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한다는 소식을 잇따라 보도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은 100년 기업을 육성하자는 정부 정책과 중소·중견 기업들의 엄격한 제도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맞물려 시도됐다. 이로인해 정부는 지난 11일 ‘장수기업’이 가업을 상속할 때 세금감면을 받기 위해 지켜야 하는 사후관리요건을 완화했다.

국내 경제 버팀목인 중소기업들이 상속 문제로 경영권이 위태로워지고, 경쟁력을 위협받는다고 주장하자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30년 이상된 기업 비중은 2.1%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은 전체 38.7%에 달했다. 오래된 기업일수록 고용능력지수도 높았다.

이렇듯 국내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중소기업계는 전일 발표된 개편안으로 엄중했던 가업상속 잣대가 완화됐지만, 여전히 실망한 눈초리다. 상속세 등 사전관리요건을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韓 상속세 50%, 세계 2위...소득세와 같이 따져야..

그렇다면, 한국의 상속세 기준은 턱없이 높고 까다롭기만 할까. 경제개혁연대 ‘상속세와 관련한 오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을 매각해 상속하는 경우 최대 87%의 세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없었다.

강 회장이 언급한 상속세 '87%’라는 숫자는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상속증여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평가규정에 따른 15%, 주식 양도소득세율 22%를 모두 합해 도출됐다. 그러나 실제 세율은 이런 계산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상증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평가규정은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것이지, 매각하는 경우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할증은 주식을 상속하는 경우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 지분율과 기업의 규모에 따라 상속이나 증여를 받는 주식의 가액에 일정한 비율을 가중하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창업주가 0원에 취득해 100억원까지 오른 주식을 매각해 상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창업주는 우선 양도차익에 100억원 대한 세금 22억원을 납부한다. 세금 납부 후 78억원을 상속할 경우에는 상속세 50%인 39억원을 납부한다. 납부한 세금은 총 61억원이다. 결국 실효세율은 87%가 아니라 61%인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외국에 비해 높다? “높지 않다”

또 현재 상속세율이 해외에 비해 높다는 점 역시 중기업계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던 부분이다. 현재 한국 상속세율은 50%. 국민소득 3만 달러이면서 인구가 5000만이 넘는 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일본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55%로 한국(50%)보다 높다.

하지만,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상속세가 낮은 유럽의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소득세가 높았다. 일례로 영국은 최고 상속세율이 40%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이 45%로 한국(42%)보다 높다. 미국은 상속세율은 40%이며 소득세 최고세율은 주세를 포함할 경우 46.3%에 이른다. 캐나다의 경우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소득세가 60%다.

이를 근거로 경제개혁연대는 "전세계적으로 상속세를 소득세로 통합하는 경향이 있어 상속세를 조정하려면 소득세를 인상 문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다른 나라 상속세제에 대한 비교는 대부분 명목세율의 단순 비교에 불과하다는 한계도 있다. 상속세 실효세율은 상속재사에 대한 각종 공제, 과세 당국의 법 집행 의지, 편법 상속 만연 등과 같은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 달하지만 최근 5년간 실효세율은 평균 14.2%에 불과했다. 과세 대상자도 많지 않다. 2017년 기준, 상속세가 부과된 인원은 6986명이다. 이에 비해 과세 미달자는 22만2840명에 달한다. 총 피상속인의 3%만 상속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상속세에 광범위한 감면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상속세와 관련된 논의 대부분이 기업 지배권 상속에 집중됐지만 정작 상속재산 중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증권 비중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상속재산 중 유가증권 비중은 평균 12% 남짓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토지(36.3%)와 건물(27.4%)의 비중은 60%가 넘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배권 상속을 손쉽게 만들어주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면 자칫 다른 자산을 통한 부의 세습이 더욱 활발해져 계층 간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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