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의 대물림 '가업상속공제'①] '반쪽 짜리' 세제개편?...'부자 감세' 활용수단 여전
[富의 대물림 '가업상속공제'①] '반쪽 짜리' 세제개편?...'부자 감세' 활용수단 여전
  • 전지현
  • 승인 2019.06.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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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정부가 전일 내놓은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을 두고 ‘반쪽짜리’ 안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업승계제도 완화는 소수 계층만 혜택을 보게 하는 '부자 감세'로 오히려 더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일 확정한 주요 개편방안은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종 변경 범위도 기존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에서 중분류 내까지 허용했다. 중분류 범위 밖으로의 업종 변경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승인을 받아 가능하도록 했다.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120% 고용유지 의무를 100%로 완화한다. 사후관리 기간 내 자산처분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경우 예외사유를 추가하기로 했다.

또 상속·증여세를 최대 20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 특례제도를 현행 3000억원 미만에서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현행 중소·중견 기업 매출액 기준인 ‘3년 평균 3000억원 미만’과 공제한도인 과세표준 최대 500억원은 유지키로 결정했다.

◆규제 완화 효과 체감 어렵다는 中企업계

정부의 개편안 발표 직후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크게 미흡한 개편방안이라며 즉각 비판에 나섰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안정적인 승계 지원에 필수적인 공제 대상과 공제 한도 확대가 전적으로 외면된 것은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하는 맹목적인 반기업정서에 흔들린 결과로 보여 매우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고용과 자산유지 요건에 대해 “중소기업계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전증여에 대해서도 가업상속공제 수준 혜택을 부여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해 “현장에서는 계획적인 승계를 위해 사전증여 중요성을 지속 주장하지만 이를 위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활성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 입장을 종합하면, 중견기업계는 제도 대상 기업에 대한 '매출액' 부분이, 중소기업계는 사전 증여를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을 상속할 때 상속세를 최대 500억원 공제해주는 제도다.

지난 10년간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수차례 개정되며 적용 대상과 공제 규모가 지속해서 확대됐다. 가업상속공제는 1997년 도입 당시 공제 한도가 1억원이었으나 2008년 30억원, 2009년 100억원, 2012년 300억원, 2014년 500억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공제대상도 처음에는 중소기업에 한정됐으나, 2011년 매출액 1500억원 이하의 중견기업으로 확대됐고, 현재는 3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공제가 가능해졌다.

◆가업상속공제, 고소득층 위한 제도..."요건 강화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업승계제도 완화는 소수 계층만 혜택을 보게 하는 잘못된 결정이란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작년 기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전체 중견기업의 86.5%에 해당하는 3471개에 달했다. 또 매출 1500억원 이하 기업들을 일컫는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99.9%를 차지하고 있다. 즉, 상속이 필요한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요건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인원은 전체 피상속인의 0.02%에 불과해 소수의 고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며 "사업 기간, 주식보유 요건, 대표 재직 요건 등 공제 요건이 이미 2008년에 비해 상당히 완화된데 반해 공제 한도는 30억원에서 500억원까지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요건이 강화돼야 맞다"고 주장했다.

유호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역시 "중소기업의 창업·성장·자금조달 단계에서 연간 3조∼4조원가량의 직간접적인 조세 감면이 행해지고 있어 더 이상 조세 우대는 필요치 않다"며 "공제 한도를 늘릴 경우, 추가로 적용될 기업 수는 320여개에 지나지 않아 소수 자산가들의 상속세 감면을 위한 불공정·불평등·불합리한 개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겸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상속 재산이 2000억원 이상으로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한계치에 이르는 사람은 1년에 2~3명에 지나지 않는데, 상속세로 생존의 위협을 받을 존재들은 아니다"라며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자가 독일에 비해 적다고 해서 매출기준을 확대해 혜택 볼 사람을 늘리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