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SK이노가 美 대신 국내서 LG화학에 맞소송 건 이유
[이슈분석] SK이노가 美 대신 국내서 LG화학에 맞소송 건 이유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6.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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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국내 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소송은 외형상 맞소송의 형태지만 실상은 차이가 있다. 

LG화학이 미국 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양국의 법체계가 다른 만큼 국내 법원의 승패는 미국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이 국내 법원을 선택한 것은 복합적 이유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10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회사 측은 이날 LG화학에 대해 명예훼손 및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채무부존재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이고 명예훼손은 LG화학의 소송이 SK이노베이션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단과 배상 판결을 구하는 소송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소송이 모두 국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됐다는 점이다. LG화학이 미국의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과 달리 국내 소송으로 빚어진 셈이다. 소송을 제기된 국가가 다르다는 점은 상호 법원간 판결이 엇갈릴 수 있다. 소송 제기에 따른 실익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 법원에서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하더라도 미국 법원에서는 LG화학이 승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국적이 다른 만큼 한 국가 법원의 판결이 다른 국가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의 승소 그 자체보다는 LG화학에 법적대응에 나서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SK이노베이션이 청구한 배상금도 10억원에 불과하다. 명예훼손 역시 형사 대신 민사로만 제기한 점도 특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해외 소송 자체가 기업의 위신을 실추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국내 소송에서 다퉈보자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LG화학이 국내 소송에서는 영업비밀 침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리라는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예훼손 소송 역시 소송 과정에서 주장한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증거를 보존해야 하는 ‘증거개시(Discovery)절차’가 있는 미국 법원과 달리 국내 법원에서는 LG화학이 모든 증거를 제출해야만 한다는 점도 SK이노베이션이 유리한 점이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에서 법원의 증거개시 절차 및 ITC의 조사를 통해 영업비밀 침해의 근거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양사의 소송은 여전히 LG화학이 미국 ITC, 법원의 판결이 핵심이다. LG화학이 ITC에 청구한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의 미국내 수입 전면금지가 받아드려지거나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이 인정 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은 뿌리 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소송은 LG화학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글로벌 고객사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며 “미국 소송과 별개로 LG화학의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했다고 해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