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거리로 나온 바다골재업계, 생존권 사수 위해 "인천항로 봉쇄"
[현장] 거리로 나온 바다골재업계, 생존권 사수 위해 "인천항로 봉쇄"
  • 전지현
  • 승인 2019.06.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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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재협회 및 13개 건설관련 단체 300여명,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집회 나서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7일 오전 9시30분. 내리는 비로 파란 우비를 입을 300여명의 인파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 민주당 당사 앞에 모였다. 각자의 우비 위에는 "바다골재 채취중단, 불량골재 유발한다", "우리도 국민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등의 외침이 적힌 띠가 메어져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A씨는 "어짜피 일할꺼리가 없으니, 돌아갈 곳도 없다. 이런 일들을 우리가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막걸리 한잔을 편히 마시게 해달라는 것 뿐인데...지금이라도 바다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한국골재협회를 비롯한 13개 건설관련단체 300여명은 7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울 여의도 더불어 민주당 당사 앞에서 바다골재 업계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집회에 모인 인원들은 한국골재협회를 비롯한 13개 건설관련단체 300여명.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하면서 벼랑끝에 내몰려 일터를 잃고 생존권마저 위태로워지자 생존권 사수를 위해 집회를 열었다고 이들을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부터 실시된 인천시 옹진군 관할 바다골재채취와 관련, 해양수산부(인천해수청)에서 검토 중인 '해역이용영향평가서'가 적법하게 처리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경기도 인천지역에서 수차례 집회를 펼쳤지만, 그 누구 하나 그들의 외침에 답해주지 않았다.

고성일 한국골재협회 바다골재협의회 회장은 "집회는 오늘을 기점으로 그만하고 이제 인천항 항로를 봉쇄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가진 40여척 굴재 채취선으로 항로 봉쇄를 통해 우리 뜻을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족 자원 고갈 원인, 싹쓸이 어획·수온 변화도 있는데...

앞서 정부는 지난 2002년 6월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다 골재 채취를 허용했다. 국내 건축물 구조 90%를 구성하는 콘크리트는 바닷모래·시멘트·물·혼화제를 혼합해 만드는데, 부순 모래와 천연모래가 혼합돼야 압축 강도가 높은 최고 품질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정부는 2016년 하반기부터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서·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등에서의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했다. 지난 2015년 해수부와 수협중앙회가 어족자원 감소 주범으로 바다골재 채취산업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한국골재협회를 비롯한 13개 건설관련단체 300여명은 7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울 여의도 더불어 민주당 당사 앞에서 바다골재 업계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문제는 바다골재 채취와 어족자원 감소 상관관계가 미흡하다는 조사 발표에도 바다골재 채취 금지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해수부 산하 해양환경관리공단은 ‘바다 골재 채취와 해양 환경 오염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골재협회에 따르면 육지 골재의 경우 한번 없어지면 복원되지 않지만 바다는 자연복원 능력이 있어 육지보다 영향이 낮다. 게다가 해사채취는 바다면적 0.0004%가 안되는 적은 면적에서 실시된다.

그리고 연안에서의 바닷모래 채취가 전면 중단된지 2년여. 수협중앙회 등의 반발로 바다 골재 채취는 여전히 불가능한 상태다.

정부는 2017년 12월 '골재수급 안정화대책'을 통해 2018년부터 남해와 서해 EEZ를 포함한 바다골재 채취 지역 4곳에서 총 2100만㎥ 바다모래를 채취·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해양수산부가 이행하지 않으면서 대책 발표 전 허가가 난 단 1곳에서만 약 780만㎥를 채취했다.

◆40여 골재채취 기업 줄도산, 사라진 8만여 일자리

정부의 지정고시 9개월이 지나도록 바다골재 채취가 재개되지 않으면서, 관련 업체들은 위태로워졌다. 전국에서 바다 골재를 채취하는 업체는 40여곳. 그간 미리 모아둔 모래를 시장에 팔면서 버텨냈지만, 장기화되는 바닷모래 채취 금지에 일부 지역업체는 휴업상태가 됐다.

올해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대다수 업체들은 올해 매출이 단 한푼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자본잠식에 처했다. 5000여 종사자들은 이미 90%가 실업자 상태가 됐고, 6월 이후엔 전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게 협회측 전망이다.

고성일 한국골재협회 바다골재협의회 회장이자 한아애운(태원기업) 대표는 "전국적으로 8만명 일자리가 이미 사라졌다. 자본잠식으로 하나둘 도산하는 중"이라며 "수입이 전혀 없다보니 구조조정을 단행, 기존 100명의 직원은 10명으로 줄었다. 우린 생존을 위해 나온 것"이라고 호소했다.

레미콘 업계 역시 상승하는 모래 가격과 운송비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국내 대표 5개 레미콘 기업들의 지난해 원자재 구입단가는 지난 2010년에 비해 30~60%이상 뛰어 올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중 바닷모래 가격은 공급 부족과 채취 금지 장기화 우려에 매년 2배 가량씩 급등하고 있다.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3년 8개월에 걸쳐 행정절차를 이행하는 옹진군 확한 바다골재채취허가와 관련, 이용영향평가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인천해수청에 접수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4차례나 서류를 보와시키고 현재는 수협이 추천한 사람들의 협의서를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는 게 협회측 주장이다.

고성일 골재협회 회장은 "우리가 접수한 영향평가보고서를 편파적으로 처리하는 등 부당한 행정처리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법에도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수협중앙회 허가서를 받아오라고 한다"며 "바다골채 채취 합리화 방안으로 40여년간 바다에서 모래를 체취하고 세척해 건물을 지었더니 이제와서 토사구팽한다"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터뜨렸다.

◆불량 구조 아파트 양산 우려, '제2 삼풍백화점' 사태 나올라

바닷 모래 채취가 불가능해지면서 우려되는 사안은 또 있다. 불량 구조 건설물이 양산된다는 점이다. 레미콘에 불량 골재를 사용하면 강도가 40% 가까이 떨어져 건물 내구성에 치명적 결함을 초래한다.

국민 60%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도로 등 공공시설 90% 이상이 골재로 지어지는데 천연 골재인 바다모래채취 중단으로 부족한 골재가 불량 골재로 대체됐다는 게 협회측 주장이다. 바닷모래 대신 산림, 하천 등에서 채취한 골재 및 철거현장 속 재활용 골재가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골재협회 관계자는 "이제 바다골재채취 금지가 아닌 건축물 안전 문제를 걱정할 때"라며 "천연골재인 바닷모래채취 중단으로 부족한 골재는 불량골재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런 불량 골재로 아파트를 짓는다면 그 피해는 국민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억울하고 분하다. 4년간 일을 거의 못했다. 바다에서 일해야 할 사람들이 백수가 되어 산으로 가고 있다"며 "바다골재 부족분을 수입모래로 대체한다는 계획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바다골재 채취가 중단된 이후 불량골재가 공급물량을 채우면서 부실아파트 양산이 이미 이뤄진 상태"라고 단언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 종합건설협회 인천광역시지부, 주택건설협회 인천광역시지부, 인천항운노동조합, 시설물유지관리협회 인천광역시지부, 건축사협회 인천광역시 지부,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 연안부두선박기계 관련업체, 전문건설협회 인천광역시지부, 전기공사협회 인천광역시지부, 엔지니어링협회 인천광역시지부, 기계건설협회 인천광역시지부, 한국골재협회 충남지회 등 13개 건설관련 단체가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