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51%, 배달앱측과 서면기준 無...위험·책임 떠맡은 골목상권
소상공인 51%, 배달앱측과 서면기준 無...위험·책임 떠맡은 골목상권
  • 전지현
  • 승인 2019.06.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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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 배달앱 가맹점 실태조사 발표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소상공인들이 '배달앱' 기업들과 서면기준 없는 계약관계로 위험과 책임을 떠맡고 있었다.

4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의 '배달앱 가맹점 실태조사' 조사에 따르면 응답업체 절반 이상인 51%는 할인·반품·배송 등 서면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배달앱 가맹점 50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중소기업중앙회.
표=중소기업중앙회.

특히, 독립점·영세업체 등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배달앱 가맹점3곳 중 2곳은 서면 기준이 전무(64.1%)해 거래관계 공정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기준이 있는 경우에도 책임과 의무 부담 주체는 배달앱 가맹점(90~100%)으로, 배달앱 영업행위와 관련한 책임과 비용 부담 주체가 대부분 배달앱 입점업체인 소상공인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서면에 의한 책임분담 기준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기준이 있어도 책임과 비용 부담 주체가 배달앱 가맹점인 소상공인에게 집중돼 있었다"며 "배달앱 영향력을 고려할 때 배달앱 사업자와 입점 소상공인간 불공정 거래관계에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효과는 있지만 부담이 큰 배달앱, '표준계약서 준수 및 안내' 개선 시급
 
배달앱 주문에 대한 배달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배달앱 가맹점에서 직접 ‘정규직’을 고용해 처리하는 방식이 58.3%로 가장 많았고, ‘외주업체’(38.1%), ‘일용직’(21.9%) 등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정규직’이 47.9%에서 58.3%로 증가한 반면, ‘외주업체’는 60.4%에서 38.1%로 감소했다.

배달앱 가맹점의 정규직 활용 증가는 배달 관련 각종 이슈 발생 시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사전 예방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단 중앙회 측 설명이다. 또 중소기업중앙회는 배달앱(중개수수료, 광고비 등)·배달대행 외주플랫폼(대행수수료 등)에 지출되는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정규직(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도 풀이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배달앱 입점에 따른 높은 광고·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도 나타났다.  배달앱에 입점하기 전후 광고·홍보 효과와 관련,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81.2%로 높았고,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배달앱 입점 전후 증가했다는 응답은 각각 84.8%, 80.8%로 나타났다.

하지만, 광고·홍보 효과와 매출액 및 영업이익 변화에 대해선 매출액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효과가 큰 반면 영세한 업체일수록 긍정적 효과 응답 비율은 낮았다.

◆과도한 배달앱 지불 수수료, "희망 적정 광고비는 월 22.6만원"

아울러 소상공인들은 절반 이상이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배달앱 가맹점이 ‘배달앱에 지불하는 수수료 적정도’는 100점 만점에 38.9점에 그쳤다.

표=중소기업중앙회.
표=중소기업중앙회.

‘적정함’이란 의견은 14.6%에 불과한 반면 ‘과도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5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배달앱별 수수료 적정도는 배달의 민족(39.4점), 배달통(36.6점), 요기요(36.2점) 순이었으나 모두 40점을 넘기지 못했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행위 경험여부는 개선되고 있었다. 불공정해위 경험여부에 대한 질문에 조사 대상 14.4%가 응답해 지난해 39.6%에서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불공정행위 세부유형별로는 ‘광고비 과다’(37.0%), ‘끼워 팔기’(28.8%), ‘배타조건부 거래 행위’(21.9%),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21.9%) 순으로 조사됐다.

불공정행위 개선을 위한 배달앱 가맹점의 희망사항은 3곳 중 2곳이 ‘배달앱측-가맹점표준계약서 준수 및 세부사항 안내 의무’(62.5%)를 꼽았다. 이어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마련’(54.3%), ‘판매 수수료 담합 저지 및 인하’(53.0%) 순이었다.

배달앱과 거래관계에서 가맹점이 느끼는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8.2점으로, 희망하는 적정 광고비는 월 22.6만원(매출대비 4.6%), 판매수수료는 4.0% 수준이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배달종사자와 소비자에 대한 배달앱측 책임은 강화되지만 배달앱 가맹점인 소상공인과의 거래관계에 대해선 실태파악 및 공정거래를 유도할 법률과 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앱이 단순히 배달주문을 중개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 체질을 변경함에 따라 사업 운영상 각종 위험부담과 책임을 배달앱 가맹점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책임분담 기준 마련 등 공정한 거래관계 구축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