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핀으로 아동학대 보육교사에 실형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핀으로 아동학대 보육교사에 실형 선고한 원심 파기환송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6.04 2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심리위원 지정에 충분한 방어권 기회 부여 못 받아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19051 판결
비즈트리뷴 DB
비즈트리뷴 DB

아동학대 사건에서 재판부가 피해 아동 진술의 신빙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가 신청한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하면서 변호인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 위법한 재판 진행이라는 대법원 판결(2018도19051)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로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A(31)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는 2015년 12월 21일부터 이듬해 1월 11일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사무용 핀으로 3세 아동 7명의 등, 배, 발 등을 40여 차례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 아동 부모들이 아이에게 '바늘에 찔렸다'는 답변을 유도한 정황이 있는 등 아동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무죄 이유였다.

하지만 검사 항소로 진행된 2심은 "피해 아동 7명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는 법원 전문 심리위원 의견을 받아들여 피고인을 법정구속한 뒤 "아동의 연약한 부위를 골라 찌르는 등 학대 수법이 교묘하고 악랄하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는 전문심리위원 지정 과정에서 형소법상의 적법절차가 준수됐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소법 제279조의 2 제1항은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거나 소송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의하여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하여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 등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 진술의 신빙성 여부는 피고인 유·무죄를 좌우하는 중요 사항인데도, 원심은 전문심리위원 선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전문심리위원 지정 과정에서 피고인 측 의견 제시 기회도 안 줬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전문심리위원이 다음 날 열릴 공판기일에 출석에 의견을 진술했는데 사전에 이를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아 피고인 측이 전문심리위원 진술에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받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2심은 전문심리위원의 진술을 근거로 피해 아동 진술이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전문심리위원 지정이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하면서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