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묵은 주세개편③] 개편시 고용창출·수익보전 기대
[50년 묵은 주세개편③] 개편시 고용창출·수익보전 기대
  • 전지현
  • 승인 2019.06.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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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종량세 전환으로의 주세법 개정 통과가 유력시 되면서 수입맥주 강세로 입지가 좁아지던 토종맥주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세 개편안이 맥주와 탁주(막걸리)를 먼저 종량세로 전환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맥주 주세율이 종량제로 전환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확보로 수입맥주와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류 총출고량 355만㎘(2017년 기준) 중 45.6%를 차지하는 맥주와 13.4%를 차지하는 막걸리가 종량세로 전환하면 전체 출고량의 60% 가까이가 종량세로 전환하게 된다.

◆형평성 없는 주세법 적용에 국내서 설 곳 잃는 '토종 맥주 3사'

그간 국내주류업체들이 수입맥주과 같이 가격을 낮출 수 없었던 데는 주세법 때문이었다. 주세법 형평성 차이로 수입맥주보다 30%가 넘는 주세율을 적용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에서 '규제의 벽'에 가로막히며 수익성을 잃어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내 토종 맥주 생산기업들은 지난해 실적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맥주시장에서 '카스' 단일 브랜드로 업계 1위를 유지하는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상승했지만, 국내서 생산하는 '카스' 매출은 줄었다. 2017년까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했던 '카스' 매출은 지난해 2조6937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706억원 하락했다.

대기업인 하이트진로는 맥주부문에서 지난 3년간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중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하락세를 지속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맥주부문은 매출은 14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562억원보다 줄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20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69억원에서 세배이상 확대됐다.

이는 경쟁사인 롯데주류도 마찬가지다. 롯데주류는 롯데칠성음료부분으로 사업이 합쳐지면서 맥주부문만을 따로 뗀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는 알수 없지만, 소주를 더한 지난해 2년간 매출 및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롯데주류의 공장 가동률은 2017년 기준 30%대까지 추락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내 국내 생산시설을 갖춘 맥주 공장들은 가동률리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이트진로의 강원, 마산, 전주 등 맥주공장 3곳 가동률은 2012년 10~15% 가량 떨어졌다. 마산공장의 경우 기존에는 맥주공장이었지만, 지난해 7월부터 소주 생산도 병행하게 됐다. `클라우드`와 `피츠`를 생상하는 롯데주류 맥주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확대 토대 마련, 과당경쟁 줄면서 국산맥주 품질 향상 기대

기형적인 주세법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던 국산맥주를 글로벌 계열사를 통한 OEM으로 수입원가를 낮춰 들여와 판매하는 더 낫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뜩이나 수익성 때문에 허덕이는 데 국내 생산설비를 해외로 모두 이전해 OEM으로 수입하는 것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세법 개정으로 주류업계는 올해 맥주 종량세가 시행된다면 약 7000개 일자리, 6500억원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대기업 맥주 3사의 맥주 생산 관련 직접고용 인원은 5000~6000여명으로, 포장재 제조사와 운송업체 등 하도급업체 약 2000개를 포함하면 일자리수가 1만여까지 올라선다.

수제맥주의 경우 산업 공동화로 지난 2017년 기준 6년간 약 4200명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생산유발효과로 환산하면 당해 약 3600억원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조세원도 지난 3일 진행한 '주류 과세체계 개편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맥주만, 또는 맥주와 막걸리부터 먼저 주세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신규 설비투자 등 투자 활성화, 고용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량세 체계가 시행되면 국내 맥주 업계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맥주 물량 일부를 국내로 전환하거나 신규 설비투자 등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소규모 수제 맥주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국산맥주 품질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간 고급 맥주를 수입해온 회사들은 종량세 전환으로 과당경쟁이 줄면서 소비의 질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싸구려 수입맥주가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국산맥주의 품질은 높아질 것이란 의미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수입맥주 공세가 대기업 맥주회사들의 실업사태 및 협력업체 도산 등으로 파급되고 해외로의 공장 이전 등 글로벌 회사의 판매대행사로 전락할 가능성 등이 제기 되곤 했다"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주세법 개편으로 국내맥주시장의 질서가 바로 잡히고, 국내 맥주 경쟁력이 확보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