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묵은 주세개편①] 맥주·막걸리 단계적 조절 '가닥'
[50년 묵은 주세개편①] 맥주·막걸리 단계적 조절 '가닥'
  • 전지현
  • 승인 2019.06.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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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50년 묵은 주세 개정판이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 발표는 연초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종별 이견으로 반년 이상 밀렸다. 정부는 수입맥주와 형평성 문제가 있는 맥주와 막걸리부터 종량세로 먼저 전환하는 방안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는 기재부가 주세 개편을 위해 조세원에 의뢰한 주류에 붙는 세금 관련 전주종에 걸친 과세체계 개편안을 공개하는 것으로, 소주, 맥주, 막걸리 업계 인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후 개편안 연구 결과는 기재부에 전달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이번주내 당정협의를 거쳐 7월 말 세제개편안에 포함해국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조세연은 보고서를 통해 종량세 전환 방안으로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맥주와 막걸리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전(全)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막걸리 외 주종은 일정 기간(예:5년)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방안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이중 맥주 또는 맥주와 탁주(막걸리) 먼저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필요시 5년여의 유예기간을 두고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이럴 경우, 발효주인 맥주와 막걸리만 종량세로 전환하고,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는 현행 종가세로 유지하는 방안에 유력한 셈이다.

◆50년된 주세법, 고급술로 인식하던 '맥주' 주세 '새옷'입다

현재 주세체계는 지난 1969년 만들어졌다. 전 주종 중 맥주는 당시만해도 고급술로 분류되면서 세율이 다른 주종보다 훨씬 높은 72%로 책정된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유통업계들이 맥주 수입에 열을 올리면서 국내 맥주기업들의 주세 '역차별' 논란이 고개를 들었다.

2000년대 초만해도 연간 2만t 안팎에 불과하던 맥주수입량은 2010년대 들어 연간 20~30%씩 급증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엔 사상 최초로 20만t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38만7891t을 돌파했다.

올해 역시 지난 4개월간 맥주 수입량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맥주 수입량은 12만106t으로 2017년 9만4383.4t, 2018년  11만8947t 보다 증가했다. 반면, 올해 4개월간 국내 맥주수출은 6만329t으로 한국으로 들여오는 수입량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류 업계에서는 수입맥주 국내 시장 잠식과 수입맥주와 국산맥주간 세금불균형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맥주 종량세 전환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현행법상 주세는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가 적용되고 있는데, 국산술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수입술은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산 맥주는 원가에 유통비, 판매관리비, 이윤을 합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잡고, 여기게 주세율 72%를 적용한다. 반면 수입 맥주는 공장출고가와 운임비용이 포함된 세관신고가와 관세를 합한 금액이 최종 가격으로, 여기에 과세를 매긴다. 수입 맥주 열풍을 불러온 '4캔 1만원' 프로모션도 이같은 세제 덕분에 가능했다.

때문에 정부도 맥주 종량세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회에는 맥주의 현행세율 72%를 폐지하고, 알코올 1ℓ당 835원을 적용하는 신설 법안을 발의해 심의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 시도됐던 주세법 개정 발표는 주종간 이견에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실제 이번에 맥주와 함께 종량세 전환이 유력시되는 막걸리의 경우 탁주로 분류돼 현재 주종 중 가장 낮은 세율인 5%를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세액이 변하지 않는한, 종량세가 전환되더라도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소주는 상황이 다르다. '증류주'인 소주는 도수가 높아 알코올 1ℓ당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개편시 출고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소주(희석식 소주)를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같은 주종(증류주)인 위스키와 증류식 소주 세금도 크게 낮아져 가격이 인하되지만, 그렇다고 소주만 떼어 세금을 적게 매기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 된다.

이에 정부는 '서민 술'인 소주 가격인상 우려에 세제 개편을 고심해왔고, 결국 맥주와 막걸리만 우선 종량세 전환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