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4년만에 종합검사 '돌입'…금융사 '만반의 준비'
금감원, 4년만에 종합검사 '돌입'…금융사 '만반의 준비'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6.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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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KB금융지주·KB국민은행 종합검사 시작
민원 많은 보험사도 이달 스타트…한화생명 17일, 메리츠화재 중순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 종합검사가 3일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KB금융지주·KB국민은행,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등 검사 대상 금융사들은 종합검사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금융사에 부담이 덜한 '유인부합적'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지만 4년 만에 부활하는 검사의 첫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금융사들은 종합검사 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시작한다. 지난달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마친 금감원은 약 한 달간 본검사를 진행한다. 결과는 7월 말쯤 나올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고객수와 점포수가 가장 많아 소비자와 가깝다는 점에서 은행권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우선, KB금융과 국민은행은 덤덤하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에서 밝힌 바와 같이 특별한 문제가 있어 선정됐다기보다 어떤 금융사든 통상적으로 받게 될 검사를 먼저 받게 된 것 뿐이란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종합검사에 대한 특별한 압박이 있지는 않다"며 "사전검사 때 이미 제출할 서류는 다 제출했고 본검사도 해왔던 대로만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KB금융과 국민은행 내부에서 자체적인 미스터리 쇼핑(감독당국 직원이 고객을 가장해 실태를 파악하는 것) 예행 연습을 진행하는 등 종합검사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초 국민은행은 주재성 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을 상임감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종합검사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다른 업권 대비 민원 발생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보험사에 대한 종합검사도 이달 시작된다. 첫 타깃은 한화생명과 메리츠화재다.
 
지난달 23일부터 사전검사를 받고 있는 한화생명은 오는 17일 종합검사에 들어간다.
 
특히, 한화생명은 오는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을 앞두고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금감원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잉여금비율이 1.77%로 업계 평균(13.99%)에 크게 못미쳤다. LAT 잉여금비율은 보험사가 보험부채 이상의 자본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완충 자금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화생명의 LAT 잉여금비율이 업계 평균을 밑도는 것은 충분한 완충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저금리 기조로 운용자산이익률이 낮아져 부채 규모가 증가한 데다 신계약 감소, 시장 포화 등 생보업황 악화로 순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말 올해 하반기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른 이자부담도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그만큼 자본확충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즉시연금 과소지급을 둘러싸고 금감원과 갈등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한화생명에는 부담이다. 다만, 금감원이 즉시연금 과소지급건은 종합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만큼 해당 사안이 한화생명 종합검사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즉시연금 과소지급건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업황 부진, 치솟는 손해율에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공격적인 영업 방식으로 홀로 성장을 이뤄낸 메리츠화재도 이달 중순 종합검사를 받는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법인대리점(GA)에 대한 수수료를 과도하게 높여 업계 출혈경쟁을 불러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GA 수수료 과당경쟁으로 GA 설계사들이 수수료를 많이 주는 보험사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 피해 발생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에서도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종합검사를 앞둔 한화생명과 메리츠화재 모두 성실히 검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독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금감원의 지적을 받아온 보험업계가 느낄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담당 업무 직원들이 휴가를 자제하도록 하는 등 종합검사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즉시연금이나 암보험, 치매보험 갈등에서 볼 수 있듯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뒤로 보험사를 바라보는 금감원의 시각이 곱지는 않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거기에 지난해부터 워낙 이슈가 됐던 두 보험사가 처음으로 뽑혔으니 보험업계가 느끼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