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파산 절박함이 키운 휴온스그룹…윤성태의 '우수한 의약품' 철학
[핫트리뷴] 파산 절박함이 키운 휴온스그룹…윤성태의 '우수한 의약품' 철학
  • 전지현
  • 승인 2019.06.03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내년이면 창립 55주년을 맞는 국내 토종 제약사 휴온스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787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오너인 윤성태 부회장이 첫 그룹 경영 지휘봉을 맡았던 1997년 60억원 수준이던 매출을 20년만에 60배 이상 성장시킨 것이죠.

2세로 넘어간 수많은 재계 속 윤 부회장의 경영행보가 빛나는 이유는 34세 젊은 청년이 급작스레 별세한 창업주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후 급성장을 이뤘기 때문입니다. 파산 직접 위기까지 갔던 휴온스그룹은 지난해 매출 기준 제약업계 15위에 순위를 당당히 올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54년 역사 속 故 윤명용 회장이 기업을 세웠다면, 윤 부회장은 22년간 기업을 키운 주인공이란 제약업계 평가입니다.

◆치과용 국소마취제 팔던 광명약품에서 토탈헬스케어그룹 '휴온스그룹'까지 54년

휴온스그룹은 1965년 7월 故 윤 회장이 세운 광명약품공업을 모태로 합니다. 사업 초기 치과용 국소마취제를 팔던 광명약품공업은 1987년 법인으로 전환됐고, 이후 사명을 1999년 광명제약으로, 2003년 휴온스로 변경하며 의료기기, 피부성형,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영위하는 '토탈헬스케어그룹'으로 거듭납니다.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애국이다."

현재 휴온스그룹 오너인 윤 부회장이 2년여전 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경영 철학입니다. 창업주인 故 윤 회장은 전염병으로 작고한 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기초 의약품조차 없어 죽어가는 상황을 보며 약의 중요성을 인식해 제약업을 시작합니다.

휴온스그룹 점안제증설라인. 사진=휴온스그룹.
휴온스그룹 점안제증설라인. 사진=휴온스그룹.

본격적인 의약품 생산을 위해 제약공장을 건설하던 1992년 무렵 故 윤 회장의 외아들 윤 부회장은 부친 뜻에 따라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IBM에 근무하던 윤 부회장은 광명약품에 대리직급으로 입사한 후 경영수업 첫 발을 내딛습니다.

하지만, 당시 광명약품(현 휴온스그룹)은 제약공장 건설에 따른 무리한 투자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로 인해 건강까지 해치게 된 故 윤 회장은 1997년 3월 대장암으로 별세하면서 윤 부회장은 34살의 젊은 나이로 회사를 이어받습니다. 갑작스럽게 경영을 맡은 윤 부회장은 광명제약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는 등 국면전환에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주거래처 부도로 어려움이 가중됐고, 설상가상으로 1998년 3월 공장에 화재가 발생, 생산동이 거의 전소되면서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윤 부회장은 화재 보험금으로 확보한 현금을 빚 갚는데 먼저 쓰고, 함께 회사를 살리자는 임직원들의 힘을 받아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합니다.

그러던 중 1998년 방문한 예멘 출장길은 회사 위기에 전환점을 마련해 줍니다. 해외에서 판로 모색을 위해 예멘에 갔던 윤 회장은 현지에서 20ml 용량 플라스틱 주사제를 접하죠. 당시 국내 제약업계에는 500ml 용량의 큰 플라스틱 앰플은 많았으나, 작은 용량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간호사들은 20ml 유리 앰플을 개봉할 때마다 다치는 경우가 빈번했고, 유리가루 발생과 운반 중 파손되는 문제가 많아 플라스틱 주사제의 필요성에 대한 수요가 대두됐습니다. 윤 부회장은 국내 기계 업체와 이 제품의 국산화에 나섰고 기존 기계 값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 20ml 플라스틱 주사제를 국내 최초로 개발합니다. 이 제품으로 회사는 완전 회복하고 부채도 청산하며 2000년도 들어 큰 도약의 계기를 마련합니다.

◆공격적 M&A로 5개 자회사·4개 손자회사 갖춘 그룹사 완성

이후 윤 부회장은 품질 개선에도 주력하면서 2006년 코스닥 상장 전까지 매년 30% 수준으로 초고속 성장할 동력을 갖춥니다. 2009년엔 충북 제천에 KGMP급 신공장을 준공해 품질 기반 대규모·다품종 생산 능력도 확보함으로써 제품 생산뿐 아니라 수탁생산(CMO)까지 영역을 확대, 회사 성장 원동력을 마련하죠.

특히, 휴온스그룹은 플라스틱 주사제 개발에 이어 치과용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주사제’와 비타민C 주사제, 비타민D 주사제 등을 선보이며 한때 국내 주사제시장 70%를 석권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윤 부회장이 입사했던 1992년 20억원대였던 연매출은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5년 2000억원을 돌파하고 지난해 3800억원까지 성장합니다. 휴온스그룹은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1997년 이래 연속으로 두 자릿수의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몸집을 키우는 중에도 변하기 않는 것은 '우수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이 애국'이란 아버지 신념을 이어받은 윤 부회장의 경영의지입니다. 하지만 윤 부회장은 창업주와 달리 적극적인 M&A를 통해 기업 몸집을 키우죠. 윤 부회장은 치열한 국내 제약 시장에서 복제약만을 판매하기 보다 ‘글로벌 제약 시장’으로의 도전을 위해 공격적인 M&A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함으로써 ‘토털 헬스케어’ 시장으로 외연을 넓혀갔습니다.

휴메딕스와 휴온스메디케어, 휴온스내츄럴, 바이오토피아, 휴온스네이처는 2010년 이후 그룹이 인수한 회사들입니다. 휴온스그룹은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기존 휴온스 주력 제품인 국소마취제, 점안제 등에서 필러, 의료용 소독제, 건강기능식품, 건기식 원료 등 다양한 사업를 영위하게 되죠.

휴온스그룹은 지난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현재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을 주축으로 휴온스(제약), 휴메딕스(생체고분자응용, 고기능성 화장품), 휴베나(의료용기), 휴온스메디케어(소독제), 휴온스랩(바이오 연구) 등 5개 자회사와 휴온스내츄럴(건강기능식품), 바이오토피아(그린 바이오, 발효원료), 파나시(의료기기), 휴온스네이처(홍삼 건강기능식품) 등 4개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부회장' 직함 유지하는 오너 2세, 아직도 배고픈 그룹 성장 DNA

휴온스그룹 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윤 부회장의 ‘1호 임상맨’ 별명에서도 드러납니다. 윤 부회장은 휴온스의 거의 모든 제품을 스스로 ‘임상시험’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사 제품 품질에는 자신이 있다는 뜻인데요. 휴온스 3대 경영이념 중 하나인 ‘품질경영(품질을 보증하는 회사)’를 몸소 실천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는 회사측 설명입니다.

THE더아름답고 19허니부쉬 제품. 사진=휴온스그룹.
THE더아름답고 19허니부쉬 제품. 사진=휴온스그룹.

자회사 휴메딕스의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 필러’ 1호 고객이기도 한 윤 부회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탄수화물 흡수 억제제 ‘제로메이트’와 고함량 비타민C ‘메리트C산’, 이너뷰티 제품인 ‘이너셋 허니부쉬’를 챙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휴메딕스 더마 코스메틱 제품인 ‘더마 엘라비에’를 애용하는 것은 당연지사죠.
 
윤 부회장의 꼼꼼함은 이미 사내에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주요 연구개발 회의부터 마케팅 회의까지 직접 주재하며 직원들과 소통을 합니다.

매주마다 충북 제천공장과 여러 지역에 흩어진 계열사들을 찾아 현장 상황을 확인하며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등 회사 살림도 직접 챙깁니다. 동시에 해외에서 열리는 주요 제약·의료기기 전시회에 매년 참가하는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죠.

회사 매출이 60배나 성장했지만, 윤 부회장은 여전히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윤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선지 20년이나 지났음에도 아직 ‘부회장’이란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윤 부회장은 회사와 직원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선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안정 궤도에 올린 후 '회장직을 달겠다' 고집하고 있습니다.

휴온스그룹 성장에 대한 믿음이 때문입니다. 윤 부회장은 회사를 더 키우는데 집중할 것이란 의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윤 부회장은 2020년 그룹 매출 1조원과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휴온스그룹만이 내세울 수 있는 핵심 브랜드, 즉 블록버스터 육성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차세대 성장동력 보툴리눔톡신 '휴톡스', 전세계 4조원 시장 '정조준'

그 선봉에는 ▲과감한 R&D 및 시설 투자를 통해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리즈톡스·휴톡스(HU-014)’ ▲안구건조증치료제 ‘나노복합점안제(HU-007)’ ▲특허 받은 피부 이너뷰티 신소재 ‘허니부쉬추출발효분말(HU-018)’ 브랜드 ‘이너셋 허니부쉬’가 있습니다.

휴온스그룹의 차세대 파이프라인 중 가장 기대가 되는 분야는 보툴리눔 톡신 ‘리즈톡스(LIZTOX)’입니다. ‘리즈톡스’는 약 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로, 3년간 연구를 통해 자체 개발됐습니다. ‘ATCC3502’ 균주를 사용해 차별화도 꾀했죠. ‘리즈톡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유력 대학병원 3곳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완료한데 이어 식약처 국내 품목 허가를 취득했으며, 올해 6월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미 ‘리즈톡스’는 ‘휴톡스주(수출명)’라는 브랜드로 지난 2016년 10월 수출 허가를 획득한뒤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에 진출, 지난해 약 127원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또 지난해 6월엔 브라질 에스테틱 분야 선도 기업인 ‘뉴트리엑스(NUTRIEX)’와 7년간 마일스톤을 포함해 약 1062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10월에는 멕시코 대표 제약회사인 ‘피사(PISA)’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 휴온스 자회사 휴메딕스는 충북 제천에 기존 휴톡스 제1공장(100만 바이알) 대비 생산력을 5배 이상 확대한 휴톡스 제2공장(500만 바이알) 건설을 마치고, 현재 밸리데이션(자체점검)도 완료했습니다. 제 2공장은 연내 식약처로부터 GMP 승인 후 제1공장과 함께 총 600만 바이알 ‘휴톡스주’를 생산할 예정이죠.

천연물 유래 생리활성물질 '허니부쉬추출발효분말'로는 ‘메디컬 푸드’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겠단 포부입니다. 휴온스가 제약업계 최초로 ‘웰빙의약품’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었던 역량과 노하우를 살려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등 제품군을 확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외에도 유혼스는 지난해 8월 홍삼 사업을 전개와 동시에 홍삼 전문 기업 ‘성신비에스티㈜(현, 휴온스네이처)’를 인수함으로써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추산 3조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건강 기능식품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즉, 천연물 원천 기술을 활용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로운 ‘웰니스(Wellness) 시대’에 부합 하는 새로운 ‘블록버스터급’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