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 주시할 때"…한은, 기준금리 연 1.75% 동결(종합)
"시장 상황 주시할 때"…한은, 기준금리 연 1.75% 동결(종합)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5.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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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균형,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 판단
"국내 경제 성장세 이어갈 것…국내외 경제 상황 주시"
금리인하 소수의견 나올지 주목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국내 가계부채 잔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았고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금리를 조정하기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31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75%로 동결했다.

우선 한은은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 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 예상과 일치한다. 지난 29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을 한은의 금리 동결 근거로 꼽았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 가계부채 잔액은 154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GDP(국내총생산)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금융안정과 물가 전망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좀 더 수렴돼야 하는데 가계대출 증가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석유류가격 하락폭 축소 등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 중반에서 소폭 높아졌고 하반기 1%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했다. 한은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는 1.1%다.

하지만 한은의 이 같은 판단과 달리 금융시장에서는 국내 경기둔화 우려 확대, 여전히 낮은 물가 상황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본시장연구원 등 주요 경제 연구 기관들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수출증가율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최근 높아진 미·중 무역분쟁 우려는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재료"라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0.8%가 예상되며 이로 인한 실질금리 상승 부작용이 설비투자 급감, 자영업 부진, 한계가구 소비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는 이미 (연내) 1차례 인하 기대를 100% 이상 반영 중"이라며 "당장 눈앞에 국내외 실물경기 둔화 및 금융시장 불안은 국내 채권시장에도 매수 재료임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제 따라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에 쏠리고 있다. 이날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진다.

앞서 이달 초 열린 한은 기자간담회에서 조동철 금통위원도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어줬다.

조 위원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동안)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가 요구하는 통화정책에 비해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한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