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경영 실험] SV 측정에 계열사도 희비…과제도 선적
[SK의 경영 실험] SV 측정에 계열사도 희비…과제도 선적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5.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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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SK그룹이 최근 사회적가치(SV)를 측정해 현금으로 계량하면서 SK그룹 내 계열사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계열사가 있는가 하면 구조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계열사도 있기 때문. 물론 이 SV 측정치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 전년대비 성장률을 따지게 되지만 그 성장여력을 두고 계열사 간 표정은 적지않게 엇갈릴 전망이다. 

이번 SV 측정은 SK그룹은 물론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일이다. 그러다보니 구조적인 한계와 과제도 상당부분 짊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30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이번 SV 측정은 그룹내 SV위원회는 물론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계에서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사회적가치를 측정해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노력이 전무 했기 때문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위원장이 21일 SK 서린사옥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ㅣ사진=SK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위원장이 21일 SK 서린사옥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ㅣ사진=SK

그렇다 보니 실무진의 희비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룹의 평가 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계열사 실무부서의 필연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SK텔레콤의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 ‘T맵’은 실무진 사이에서는 사회적가치가 5000억원으로 측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서비스였다. 월등한 네비게이션과 정체구간 회피 등으로 사회적비용을 크게 낮췄기 때문. 

하지만 정작 그룹에서는 ‘T맵’의 사회적가치를 487억원으로 측정했다. 네비게이션 기능이 ‘T맵’만의 독자 서비스가 아닌 만큼 이를 평가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T맵’에서 평가를 받은 가치는 운전습관을 분석해 개선을 유도하는 ‘T맵 안전운전’ 기능 뿐이었다. 

SK종합화학의 친환경 발포제도 비슷한 케이스다. 프레온 가스를 대체하는 이 신제품은 건축용 단열재 생산시 오존층 파괴 위험이 없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1300억원 가량의 사회적가치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 역시 큰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세계 친환경 발포제의 평균적인 사회적가치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생각하기엔 엄격하다 싶을 만큼 서비스, 상품 가치를 측정해서 기대에 못미치는 상품, 서비스가 많았다”며 “특히 전세계 경쟁 상품의 평균 가치를 구해 각 회사의 제품에서 그 평균을 모두 빼고 남는 가치만 책정됐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차별화 된 제품을 가지지 못한 계열사나 상대적으로 여력이 적은 계열사의 경우 SV 측정가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생긴다. 

SK E&S의 경우 LNG복합화력발전소가 주요 사업이지만 LNG를 통한 친환경 발전의 사회적가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가치가 크게 마이너스로 나타나게 된다. 반면 전력사업 특성상 이를 만회하기 위한 상품의 구성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삼림사업을 담당하는 SK임업은 그 자체로 환경적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사업 자체가 장학사업을 위한 재원조달인 만큼 사회적 가치도 높다.  

이 외에도 SV 측정은 지배구조에 대한 가치,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법규 위반 등에 대한 객관적 측정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아직 SV 측정을 위해서는 가야할 길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SK그룹 측에서는 이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회계기준이 아주 객관적이고 완성된 지표라고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이 것도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기 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고 아직도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SV 측정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9조5197억원, SK텔레콤이 1조6520억원, SK이노베이션이 1조1610억원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