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벼랑끝 코오롱생명과학, 거짓말이 낳은 '블록버스터' 신약의 꿈
[인보사 사태] 벼랑끝 코오롱생명과학, 거짓말이 낳은 '블록버스터' 신약의 꿈
  • 전지현
  • 승인 2019.05.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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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벼랑끝에 몰렸다. '인보사'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부터 상용까지 총 19년, 총 투약인원은 3548명, 투자비용 1100억원. 하지만 회사측이 허가당시 연골세포라고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음이 밝혀지면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역대 '인생작'은 결국 '실패작'으로 추락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지난 4월1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앞에 사죄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지난 4월1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 앞에 사죄했다. 사진=전지현 비즈트리뷴 기자.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인보사케이주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밝혀짐에 따라 이날부로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한다"고 발표했다.

◆단순실수, 결국 거짓말로 판결난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이 '단순 실수'란 입장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허가 취소와 함께 형사고발을 한 배경에는 허가 당시 회사측이 사실을 알면서도 허위자료를 제출한데 있었다.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국내 연구소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 중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발견했다.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연골세포)’과 ‘2액’ 단백질 발현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코오롱생명과학은 ‘1액과 2액의 혼합액’과 ‘2액’을 비교했던 것이었다.

때문에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 DNA 지문분석결과와 단백질 발현 분석결과 등 허가 당시 2액을 연골세포로 판단했던 이유에 대한 과학적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식약처가 2액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gag․pol)도 검출됐다. 식약처는 이를 토대로 코오롱생명과학이 고의적으로 허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또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전 2액 세포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TGF-β1은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2액 세포에 도입한 유전자로, 식약처가 인보사케이주 개발사인 미국 코오롱티슈진 실사를 통해 밝혀졌다.

식약처는 "유전자치료제에서 세포에 삽입되는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 의약품의 품질과 일관성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허가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무더기 수십억원대 줄소송·수조원대 손실 처리 불가피

이로써 코오롱생명과학은 그간 '293세포'를 사용했으면서 허가를 받기 위해 연골세포로 대체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허가 취소란 최악의 카드를 받아 들고 말았다.

회사측에게 지워진 가장 큰 부담은 비용이다. 그간 고액을 지불하며 투여 받았던 3400여명 환자들 보상 및 해외파트너사들과 계약에 대한 막대한 줄소송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환자 240여명이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결정 직후 코오롱을 상대로 2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환자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는 "이번 소송은 1차이며 원고 모집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소송과정에서 소송가액도 더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가액을 차지하고라도 향후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에 대한 추적 조사 비용 역시 회사측이 부담해야할 부담 요소다. 코오롱은 향후 15년에 걸쳐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3707명을 장기추적 조사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소요될 비용은 약 800억원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2000억원에 달하는 인보사 연구 개발비와 그간 기술수출을 통해 향후 5년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됐던 1조1281억원에 달하는 계약금과 마일스톤 기술료 역시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이 전 회장도 '인보사 사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국산 신약 29호 '인보사케이(이하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해 2017년 식약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19년간 투자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꼽혀왔다.

이 회장은 인보사 개발 당시 회사 내부에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반대가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뚝심'으로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명 '인보사 사태'가 발생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임상 3상이 추진중이었고, 일본, 중국, 중동 등지 제약사들과 1조원 이상 기술수출도 맺은 바 있다.

한편,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어떠한 답변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