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험로 예고-①] 13조원 산업인데…"질병 코드 도입, 산업 뿌리째 흔들 것"
[한국 게임, 험로 예고-①] 13조원 산업인데…"질병 코드 도입, 산업 뿌리째 흔들 것"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5.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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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에 6C51이라는 질병코드를 달았습니다. 게임이용장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한 겁니다. 질병인가, 아닌가의 논의에서 질병인가에 힘이 실린 형국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의료계, 게임산업계, 정부, 게임이용자 등 각자의 시선에 따라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게임중독이 국내에서 질병으로 등록 가능한 시기는 2026년경이라고 하는데요. 장기적 관점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점을 찾고 결론이 내려질 듯 합니다. 다만 당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게임 강국'인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경쟁력 문제입니다. 이번 WHO의 결론이 우리나라 게임산업계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높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게임업계와 관련 학계·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구성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25일 "아직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WHO의 질병코드 지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공대위에는 한국게임산업학회, 문화연대, 모바일산업연합회, 웹툰협회 등과 게임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공대위는 성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인 게임·콘텐츠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며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이 각종 게임 규제를 부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온갖 규제에 허덕이고 있는 게임 업계에 추가적인 규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공대위를 이끌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WHO 개정안의 국내 적용을 저지할 것"이라며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개정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WHO의 질병코드 도입은) 질병이란 기준도 모호한 상태에서 질병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지 않는 청소년들이 멀쩡한 애가 정신병자가 되는, 게임 장애자가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도 규제지만, 게임업계에선 연간 수백억원씩 사회에 공헌하며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번 질병 코드 도입으로 인해 게임 이미지가 다시 나빠지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게임업체는 온라인상에서 반대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식 계정에는 '#게임은 문화입니다', '#질병이 아닙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발 동네 오락실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보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며 "게임은 문화 컨텐츠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전세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라며 "원인을 찾아야 치료할 수 있고, 게임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정신과 의사들이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할 리 없고, 제대로 치료될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업계에선 게임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2023년부터 3년간 10조원 이상의 시장 위축 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