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험로 예고-⑤] 게임 이용자, 환자·범죄자 취급?…근거는 '없다'
[한국 게임, 험로 예고-⑤] 게임 이용자, 환자·범죄자 취급?…근거는 '없다'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5.27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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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에 6C51이라는 질병코드를 달았습니다. 게임이용장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한 겁니다. 질병인가, 아닌가의 논의에서 질병인가에 힘이 실린 형국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의료계, 게임산업계, 정부, 게임이용자 등 각자의 시선에 따라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게임중독이 국내에서 질병으로 등록 가능한 시기는 2026년경이라고 하는데요. 장기적 관점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점을 찾고 결론이 내려질 듯 합니다. 다만 당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게임 강국'인 우리나라의 게임산업 경쟁력 문제입니다. 이번 WHO의 결론이 우리나라 게임산업계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높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현상(게임 중독)을 결국 '질병'으로 규정했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은 질병'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개정 ICD는 오는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국내 게임업계는 WHO의 이번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또 하나의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여러 규제를 받고 있는 국내 게임사로선 상당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해 규제를 추가할 경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게임산업의 규모가 10조원 이상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용 규모도 8700여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WHO가 제시한 게임이용 장애의 기준은 게임 이용시 시작시점, 빈도수, 강도, 지속시간, 중단, 맥락 등에 대해 조절이 어렵거나 삶의 다른 흥미요소 및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을 때다. 게임 통제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일상 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런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지속하는 기간이 12개월 이상이면 게임 이용 장애(질병)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다만, WHO의 이런 애매모호한 기준에 많은 전문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추적 연구 결과로도 게임 자체에 대한 유해성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e스포츠 선수나 프로게이머도 환자가 되는 꼴"이라며 "그들이 게임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데, 선수들이 질병을 퍼뜨리는 범죄자가 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WHO의 이번 결정을 근거로 주류와 담배처럼 게임을 유해물로 보고, 별도의 세금을 매기거나 게임회사에 공익 기금을 요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게 바로 '중독세'다. 중독세는 담배와 술등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말한다. WHO를 통해 게임이 중독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분류되면, 정부는 중독세를 부과할 명분이 생긴다. 다만, 현재까지 게임에 대해 건강이나 중독, 치료 등을 명분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 없는 만큼 큰 반발이 예상된다. 중독세가 시행된다면, 게임사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독세 추진은 이미 과거에도 시도된 바있다. 2013년 박성호, 손인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의 경우 게임사 매출의 약 5%, 1%를 게임과몰입 치료와 업계 상생을 위한 자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사진=WHO 공식사이트
사진=WHO 공식사이트
게임업계는 매년 사회공헌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중독세'까지 걷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형 게임3사 중 넥슨은 매년 약 60억원 정도를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넷마블도 지난해 문화재단을 설립해 연간 25억원 기부금을 사회에 공헌키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을 설립해 현재까지 총 146억원을 투입했다. 오는 2020년까지 500억원을 추가로 사회에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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