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롯데도...지각변동 예고한 카드사들 '새출발'
삼성·현대·롯데도...지각변동 예고한 카드사들 '새출발'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5.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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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vs현대카드…190만 코스트코 고객 유치 전쟁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우리은행-MBK파트너스'
롯데카드-우리카드 합병 땐 카드업계 지각변동 불가피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카드업계가 올해 유례없는 순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띄는 곳은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다. 두 카드사는 현재 코스트코 회원 확보를 위해 대규모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 고객을 현대카드에 내줄 위기에, 현대카드는 삼성카드로부터 고객을 유치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190만명에 달하는 코스트코 회원 확보 여부에 따라 실적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vs현대…190만 코스트코 고객 두고 '마케팅 전쟁'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국 16개 코스트코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는 현대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앞서 지난해 8월 연 매출 3조~4조원에 달하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국내에서 18년간 독점 계약을 맺어온 삼성카드와 계약을 종료하고 현대카드와 새 계약을 맺었다. 삼성카드와 코스트코간 독점 계약은 지난 23일 종료됐다.

그동안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특화 카드와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 행사를 벌였다. 특히 코스트코 결제 금액별로 12개월까지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1년 연회비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여기에 현대차와 명품 가방 등을 내건 경품 이벤트도 진행했다.

현대카드는 회원수만 190만명에 달하는 코스트코와 독점 계약을 맺기 위해 적정 수준 이하의 수수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당시 현대카드가 과도하게 낮은 수수료를 내걸어 업계 출혈 경쟁을 불러왔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매출 규모가 큰 대형가맹점을 통해 고객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현대카드 내부적에서는 최근 코스트코 카드 관련 문의가 크게 늘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카드 고객들은 미리미리 카드를 발급하기보다 날짜 임박해서 발급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 최근 들어 코스트코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에 독점 계약권을 내줘 자존심을 구긴 삼성카드도 최근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특히 삼성카드는 코스트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이마트 트레이더스·홈플러스 특화 카드를 출시하고 최대 5%를 할인해주는 파격 혜택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기존 코스트코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대 대형 마트에서 결제한 금액의 1%를 삼성카드 빅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코스트코 고객 이탈 방지와 신규 유치를 둘러싼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간 마케팅 전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1일부터 코스트코에서 삼성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는 이벤트가 금감원의 경고로 중단되면서 이 같은 지적이 힘을 얻었다. 삼성카드 관계자도 "12개월 무이자 할부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경우였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삼성카드가 이 같은 고객 확보 전쟁을 벌인 것은 190만명에 달하는 코스트코 고객이 이탈할 경우 수익성이 대폭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코스트코의 대규모 회원을 등에 업은 현대카드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업계 2위인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7.9% 증가한 120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마케팅 축소 등 수익구조 개선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가 2분기 실적부터 본격 반영될 예정인 데다 현재 삼성카드는 대대적인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어 향후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적극적인 긴축 경영을 벌였던 현대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기준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6.6%, 현대카드는 13.2%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올해 2월부터 적용됐으니 본격적인 카드업계 실적 악화는 2분기부터 나타날 예정"이라며 "카드사들은 지금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인데 고객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삼성카드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 인수 우협대상자, '우리은행-MBK파트너스'…롯데-우리카드 합병설 '솔솔' 

카드사 순위 지각변동을 예고한 곳은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뿐만이 아니다. 롯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을 두고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합병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사모펀드사 한앤컴퍼니에서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변경했다. 공정거래법상 롯데지주는 오는 10월까지 금융 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해야 하는데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송사에 휘말리면서 딜 종결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롯데카드 지분을 MBK파트너스가 60%, 우리은행이 20%, 롯데그룹이 20%를 보유하는 구조로 짰다. 인수가격은 1조8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은행은 FI(재무적 투자자)로서 지분투자를 한 것뿐 롯데카드 인수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엇지만 업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이번 인수전에서 롯데카드의 지분가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이상으로 높게 책정됐음에도 우리은행이 지분을 투자한 것은 향후 인수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현재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 강화와 계열사 시너지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우리금융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오르면 롯데카드 인수를 위한 자본 확충이 한결 수월해진다. 우리금융이 내년 상반기 이후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60%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PBR 0.5배에 거래되는 카드회사를 0.8배에 단순 지분투자로 산다는 주장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며 "일시적으로 낮아진 자본비율 개선과 자금 확보, 카드산업 재편 방향에 따라 우리은행의 MBK 보유 지분 인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만약 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최종 인수하고 우리카드와의 합병을 추진한다면 업계 재편도 불가피하다. 업계 2,3위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의 총자산은 12조6527억원으로 업계 5위에 올라있다. 총자산 9조9831억원으로 업계 6위인 우리카드와 합병한다면 자산규모가 약 23조원까지 증가해 업계 3위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하위권에 머무르던 두 회사가 상위권을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총자산은 29조3500억원이고 그 뒤를 삼성카드(23조47억원), KB국민카드(20조5074억원), 현대카드(15조9438억원) 등이 잇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고객군이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게 우리금융한테는 매력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카드사는 규모가 클수록 사업을 추진할 때 확실히 유리한 면이 있어서 우리금융이 충분히 롯데카드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