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건설 CEO-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내실 다지기' 총력전
[2019 건설 CEO-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내실 다지기' 총력전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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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삼성물산은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사 중 하나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1040억원을 돌파했고 이중 건설부문은 영업이익에서 전년 대비 54.3% 늘어난 7730억원을 기록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이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취임 첫해 파격적인 실적을 기록하면서 삼성물산 안팎의 실적 우려를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사실 이 사장이 취임할 당시만 하더라도 우려는 적지 않았다. 건설통 CEO가 대부분인 업계에서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재무통 CEO 바람을 불러온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현장을 중시여기는 건설업계에서 재무 전문가 CEO는 이례적 발탁이었다. 여기에는 삼성물산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기대가 주효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ㅣ사진=삼성물산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ㅣ사진=삼성물산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건설전문 CEO의 경우 수주와 사업 확대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재무통 출신 CEO가 주목받는 이유도 무분별한 수주와 사업 확대 보다는 내실을 키우라는 시장의 니즈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015년 해외사업의 대규모 부실로 인해 영업손실 1301억원을 기록하는 등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주가 회복이 요원했던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불가피한 상황 이었던 것. 

실제 이 사장은 차분하고 치밀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 사장은 다년간 경영진단 업무를 통해 냉철하게 현상황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성장을 위한 솔루션을 이끌어 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췄다”며 “글로벌 현장전문가로서의 역량도 뛰어나다”고 전했다.

이런 이 사장의 성향은 그가 오랜기간 삼성그룹 내에서 경영진단, 지원업무를 맡아온 경력과도 무관치 않다.

1985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한 그는 이후 관리팀, 해외운영팀, 감사팀을 거쳐 2005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상무로 발탁됐다. 이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등을 거친 뒤 2012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지원 실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급격한 해외 사업 확대로 발생한 부실프로젝트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부실이 반복되지 않고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과 미래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그의 본격적인 과제가 올해 구체화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9610억원, 174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34.2% 감소했다.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된 배경에는 상여금 등 일회성 비용과 호주 로이힐 사업 관련 국제중재 패소판결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주효했다. 

앞으로 전망이 밝지도 않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영향을 받아 내년부터는 주택사업 매출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주택사업 비중은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수주의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는 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지난 1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단지 입찰에 나선 이유도 수익성 악화 국면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 입찰에 나선 것은 재건축 불참을 선언한 2015년 이후 3년만이다. 이 사업은 조합원간 갈등으로 표류 중이지만 이후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에는 삼성물산이 늘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 금품·향응이 오가던 재건축 시장에서 이탈을 선언한 삼성물산이 올해 처음으로 도시정비사업에 나서면서 그 후속 참여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