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들은 오늘도 경영현장을 발로 뛴다. 잠깐 쉬면 영원히 뒤쳐질 수 있다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생각하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기업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재계 인사들.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경영무대에서 재계 인사들은 하나의 기업을 넘어 나라 경제를 이끄는 선장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비즈트리뷴은 매주 금요일자로 한 주간 이슈의 중심에 섰던 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을 쫒아가 본다. <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지난 22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 초대를 받았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발휘하는 정 부회장. 그의 발언에는 참석자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이날 정 부회장은 자신만의 경영색깔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그가 말한 현대차의 중장기 비전은 큰 주목을 받았다. '고객 중심으로의 회귀'와 '고객 니즈 변화에 선제적 대응'. 핵심은 이렇다. 그의 발언은 시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날 대담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30여분간 영어로 이뤄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자본시장 주요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대담형식으로 소통한 것은 처음이다.
◆정의선 부회장, 고객 중심 경영 강조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 소유가 아니라 공유를 희망한다. 제 딸(대학생)은 미국에서 싼타페를 샀는데, 아들(대학생)은 운전면허 딸 생각을 안합니다."
그의 이런 발언이 끝나자 청중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러면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시류(時流)를 따라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고객 중심으로 회귀가 필요하다"며 "모든 직원이 고객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성장 과정에 경쟁자에게 많은 신경을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다시 고객에게 집중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품질 경영'에 집중했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고객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해외법인장 회의에서는 "고객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차를 사줄까만 생각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가장 큰 도전과제로도 미래 트렌드 대응을 꼽았다. 그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효율성 증대가 중요하고 외부 기술을 많이 수용해야 한다"며 "파트너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미래 성공요소"라고 말했다.
자율주행과 전장화 등 미래차 혁신기술을 이끌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전장화는 고객 편의를 증대시켜 주겠지만 결함도 같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쉽게 재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품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 전문가의 면모도 보여줬다. 그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방문할 때 다른 회사 차를 운전하는 등 많은 차를 경험해 보려 노력한다"며 "고속주행 트랙에서 운전하면 일반도로에서 알 수 없는 자동차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룹 경영 전면에서 선 정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위상을 높이기 위해 행후 가속페달을 어떻게 밟게 될지 이목이 모아진다.
◆김정주 대표, 넥슨 매각 향후 행보 관심
국내 게임업체 1위인 넥슨 매각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김정주(사진) NXC 대표의 행보에 관련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가 추진 중인 NXC 지분 매각 본입찰이 연기된 가운데 향후 일정마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사실상 매각 계획을 철회하는 수순이란 시각도 나온다. 넥슨 본입찰은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매각 본입찰이 연기된 건 적당한 매수자가 없어서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 가격이다. 여기에 넥슨이 국내 1위의 게임업체이긴 하지만 현재로서 주력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외에는 이렇다할 '캐시카우(Cash Cow)'가 없는 형편이다.
김 대표 측은 당초 지분 매각 가격으로 15조~20조원 선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절대가격도 부담이지만, 시장에서는 '제 값'을 두고 논쟁이 적지 않다.
본입찰을 앞두고 김 대표가 월트디즈니를 찾아 직접 인수 의향을 타진하기도 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또한 결과는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넥슨을 창업한 김 대표가 지분 매각을 두고 기로에 서면서 몇몇 인수후보 기업들이 투자확약서 등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따라서 본입찰 일정은 계속해서 미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입찰 연기에 대해 매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대표가 명분과 실익을 두고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