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최태원 회장式 사회적 가치 측정 “지금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 마라”
[이슈분석] 최태원 회장式 사회적 가치 측정 “지금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 마라”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5.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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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를 인용해 강조한 말이다. 이는 곧 SK그룹 내 ‘더블보텀라인(Double Bottom Line)’ 경영의 핵심인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 계량화해야 할 필요성을 만들었다. 이 수치는 최 회장의 지론인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SK그룹의 기본 토대가 될 전망이다. 

SK그룹은 21일 서울 서린사옥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쉽게 말하면 각 계열사의 재무적 가치(EV)와 별개로 사회적 가치(SV)를 현금으로 환산해 재무제표와 비교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ㅣ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ㅣ사진=SK그룹

사회적 상과는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 포함됐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이를 액수로 표현하기 위해서 수식만 계열사 별로 60~70개 쓰였다. 

주목할 부분은 이 성과를 금액으로 측정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SK계열사가 가격 1만원의 제품을 판매했을 경우 경제간접 기여성과에 세금 350원, 배당 150원, 고용 300원과 기분 10원이 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사회적 가치로 반영되고 제품의 에너지효율 제고 효과 40원,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150원으로 총 110원이 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 사회적 가치로 반영된다. 이 제품 판매에 따른 사회적 가치는 총 960원이다. 

전사적으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조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 사회적 가치 측정 항목.ㅣ표=SK그룹
SK그룹 사회적 가치 측정 항목.ㅣ표=SK그룹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9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4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각각 측정됐다.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만 본다면 SK하이닉스가 9조5197억원, SK텔레콤이 1조6520억원, SK이노베이션이 1조1610억원으로 나타난 셈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생산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의 측정값으로 환산돼 비즈니스 사회적 성과가 마이너스로 잡힌 것이 특징이다.

최 회장은 이같은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에 대해 “첫 출발이니 현재 상태를 잘했다고 내보이지 마라”며 “첫 출발이니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썩 만족하는 숫자가 아니고 마이너스 요인이 먼저 머리에 들어오기 때문에 전년 대비 성장률로 발표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며 “이에 대해 최 회장이 얼마나 좋아질지에 대해서 노력하자고 말한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사회적 가치 측정은 최 회장이 강조해온 ‘더블바텀라인 경영’의 첫 발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SK그룹은 재무적 성과와 프로젝트 과제 수행능력으로 KPI(핵심평가지표)를 반영했지만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 측정이 KPI의 50%를 차지하게 된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 CEO가 사회적 가치 평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음에도 미완의 시스템을 공개한 것도 최 회장의 의지였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반도체, 정유 계열사의 성장세가 꺾이더라도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평가는 더욱 진전될 전망이다.

이 SV위원장은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데, 불경기에 사회적 가치 평가가 온전히 되겠냐는 오해가 있다”며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공헌이 아니라 신규 사업 전략이자 마케팅 전략이다. 착하게 돈을 더 많이 벌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