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가는 대체투자..연기금 투자 비중 갈수록↑
믿고 가는 대체투자..연기금 투자 비중 갈수록↑
  • 어예진 기자
  • 승인 2019.05.21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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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기금, 국내 주식 줄이고 대체투자 비중 늘리는 추세
지난해 운용 수익, 대체투자에서 플러스
자체 수익성도 있지만 포트폴리오 리스크 완화 효과
그래픽=김용지 기자
그래픽=김용지 기자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대체투자에서 수익을 올리면서 운용자산의 투자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예금보험사업단, 사학연금, 공무원연금등 대표 연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은 금융시장의 악조건 속에서도 대체투자 부문에서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대체투자는 도로나 에너지 등 인프라와 부동산, PEF(Private Equity Fund:사모투자펀드), 헤지펀드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 지난해 운용성적은 ‘대체투자’가 살렸다

먼저, 국민연금은 지난해 76조6200억원을 대체자산에 투자해 11.8%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락 여파로 국내와 해외 주식에서 각각 -16.77%, -6.19%의 손실을 본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비중이 컸던 채권을 포함해 대체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해 포트폴리오 손실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국민연금 다음으로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도 지난해 ‘대체투자’ 덕분에 체면을 세웠다.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 모두 국내채권과 대체투자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투자 중 대체자산 비중이 적어 수익금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공무원연금도 국내외 주식에서는 -15%의 손해를 봤지만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8.1%의 수익을 올렸다. 운용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사학연금은 운용 자산의 20%에 가까운 금액을 대체자산에 투자해 8.3%의 성과를 올렸다.

국내 공제회 가운데 가장 투자 규모를 가진 교직원공제회는 대부분의 연기금들이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전체 운용 수익 4.1%의 성적을 냈다. 특히, 대체투자 비중이 56%에 달해 11.6% 높은 수익이 효과를 톡톡히 내줬다.

◆ 주식이 아니라면 뭐든..대체투자 ‘주목’

올해 역시 연기금들의 대체투자 사랑이 이어지는 추세다. 올해 1분기는 시장이 좋아 주식부문에서 10% 안팎의 수익을 올리는 중이지만, 무역분쟁과 환율 등 변동성 많은 시장에서 안정성의 매력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연기금 위탁운용을 맡고 있는 A 자산운용사의 한 직원은 “최근 한국의 GDP 성장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웃도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해외 쪽으로 자산배분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연기금들이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패시브 운용 방식으로 플레이를 바꾸는 추세인데, 대부분 절대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국내 주식은 점차 줄여가되 해외주식이나 대체투자는 조금씩 늘리는 추세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기금들의 장기 투자 자산배분에서 대체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올해 12.7%로 배정한 대체투자를 2023년까지 15% 내외로 늘릴 예정이다. 공무원연금도 올해 20.2%에서 오는 2023년까지 6% 가량 늘린 28%를 대체투자에 배분한다고 밝혔다. 사학연금도 국내외 대체투자 부문을 꾸준히 늘려 2023년까지 29.7%의 투자 비중을 유지할 전망이다.

대체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교직원공제회는 2023년까지 41.2%(국내대체 20.9%/해외대체 21.2%)를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 대체 분야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교직원공제회 측은 “올해는 해외부동산의 경우 주거패턴과 이커머스 성장과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멀티패밀리(임대주택), 물류시설과 같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섹터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며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 위주의 투자를 넘어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 신흥국, 특히 민관협력(PPP) 인프라 투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체투자 비중 계속 늘려야" 

대체투자는 연기금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업계에서 말 그대로 주식을 대체할 곳으로 주목받는 투자처다. 안정적인 배당과 이자수익, 양호한 평가이익이 종합적으로 적용된다.

B 대체투자운용의 한 부장은 “해외에는 국내보다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도로, 선박, 에너지 등의 대체투자 거래가 훨씬 더 많을 뿐더러, 수익성이나 안정성 대비 우수한 투자 옵션이 많다”며 “실물로 자산을 직접 취득하는 것도 있지만, 운용사를 통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재무 관리상 유리하고 관리가 쉬워 연기금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보다 대체투자의 비중을 더 높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인 캘퍼스의 포트폴리오가 연기금 대체투자의 좋은 선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캘퍼스의 포트폴리오는 위험자산과 안전 자산의 배분, 전통자산과 대체자산의 배분 측면에서 이상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캘퍼스는 지난해 운용에서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최근 8년간 연 평균 수익률이 10% 내외에 달할 정도로 타 연기금 대비 탁월한 수익성을 내고 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인 캘퍼스의 포트폴리오의 우수한 점은 주식, 채권이 아닌 대체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간다는 점"이라며 "대체자산은 그 자체의 수익성보다 전통자산과의 낮은 공분산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완화 시킨다는 기능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자산과 대체자산의 양면적 성격을 가진 PE가 10% 내외 편입돼 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