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키우는 핀테크 下] 디지털 혁신 요람 우리은행 '디노랩'…정부 특화 창업지원센터 덕 '톡톡'
[은행이 키우는 핀테크 下] 디지털 혁신 요람 우리은행 '디노랩'…정부 특화 창업지원센터 덕 '톡톡'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5.21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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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강화 전략 맞춰 '위비핀테크랩→디노랩' 확대 개편
우리은행 협업·연계 가능성 높아 '인기'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은행이 변하고 있다.

돈을 다루는 산업인 만큼 보안을 위해 외부와 담을 쌓고, 내부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데만 집중하던 은행은 이제 데이터를 개방하고 다른 산업과 적극 협업하면서 혁신 기술을 도입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IT기술 발전으로 은행 없이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혁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은행은 도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디지털 전환(DT)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은행은 한 발 더 나아가 핀테크랩을 통해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직접 발굴해 육성한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혁신 금융기술 발전과 핀테크·스타트업 육성을 적극 장려하면서 한층 속도가 붙었다. 은행은 각각 운영 중인 핀테크랩의 규모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스타트업·핀테크 육성 사업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비즈트리뷴은 창간 5주년을 맞아 현재 은행 디지털화의 최전선에 있는 핀테크랩을 방문해 '은행이 키우는 핀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위비핀테크랩'서 '디노랩'으로…우리은행 디지털부문은 진화中

2016년 8월 문을 연 우리은행의 핀테크 육성 센터 위비핀테크랩은 지난달 초 디노랩으로 확대 개편됐다.

디노랩은 기존의 위비핀테크랩과 이번에 신설된 디벨로퍼랩으로 운영된다. 스타트업에 사무공간과 경영컨설팅, 네트워킹 서비스 등을 제공하던 기존 위비핀테크랩에 우리은행과의 협업을 위해 기술·서비스 개발을 집중 후원하는 디벨로퍼랩이 새로 추가됐다.  

위비핀테크랩이 초기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면 디벨로퍼랩은 우리은행, 위비뱅크와의 협업을 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금융 기술과 서비스를 우리은행과 함께 개발하고 테스트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을 갖춘 기업을 선발한다. 디벨로퍼랩 선발 기업들은 최대 6개월 동안 지원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위비핀테크랩에서는 선발 기업들이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까지 지원을 받는다.

위비핀테크랩(왼쪽)과 디벨로퍼랩 전경/사진=김현경 기자, 우리은행(디벨로퍼랩 사진 제공)
위비핀테크랩(왼쪽)과 디벨로퍼랩 전경/사진=김현경 기자, 우리은행(디벨로퍼랩 사진 제공)

위비핀테크랩이 디노랩으로 확대된 것은 IT기술과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은행도 혁신 기술들을 한발 앞서 도입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초기 창업자와 예비 창업자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위비핀테크랩은 호흡이 긴 만큼 우리은행과 협업을 하거나 제휴를 맺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었다. 실제 그동안 위비핀테크랩 스타트업 중 우리은행과 제휴를 맺은 곳은 총 6곳이지만, 모두 이 프로그램을 졸업한 후에야 가능했다.

디노랩 총괄 담당자인 강재영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차장은 "기존의 위비핀테크랩에서는 예비 창업자나 초기 창업자들을 육성하는 데 중심을 두다 보니 실질적으로 은행과의 협업은 졸업하고도 시간이 꽤 지난 뒤에야 가능했다"며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서 사무공간 제공 중심보다는 협력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빠르게 사업적인 검토를 할 수 있고, 테스트도 해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만든 게 디벨로퍼랩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위비핀테크랩과 은행 디지털부문 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디벨로퍼랩. 우리은행은 이 투트랙 전략으로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 측면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강 차장은 "금융의 패러다임이 확실히 바뀌고 있다. 채널의 변화도 있고, 시장의 변화나 고객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 은행도 기존 프로세스로만 갈 수는 없다. 기술이라는 게 완성형이 되지 않아도 고객의 니즈가 있다면 적용하거나 테스트해볼 수 있고, 그걸 통해서 또 다른 변화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혁신,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실질적으로 다양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디노랩) 확대를 고려하게 됐다"고 전했다.

◆ 위비핀테크랩, 정부 핀테크 특화 창업지원센터 지정 덕 '톡톡'

디노랩 중 위비핀테크랩은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정부(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핀테크 특화 창업지원센터다.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중앙금융센터 2층, 약 281㎡(85평) 규모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스타트업들은 회의실, 네트워킹 공간, 휴게실 등 사무공간은 물론 각종 사무용품들을 무료로 지원받는다.

하지만 위비핀테크랩 지원 서비스 중 스타트업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이곳이 정부에서 지정한 핀테크 특화 창업지원센터라는 점이다.

덕분에 우리은행은 위비핀테크랩 기업들 중 중소벤처기업부 진행 사업을 담당하기에 적합한 곳이 있으면 추천서를 써주기도 한다. 우리은행이 일종의 추천 권한을 갖는 셈이다. 물론, 정부 주관 사업이기 때문에 공정한 공모와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우리은행에서 추천서를 써주는 것 만으로도 스타트업은 큰 힘을 얻는다는 게 위비핀테크랩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 영등포구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중앙금융센터 2층에 위치한 위비핀테크랩/사진=김현경 기자

강 차장은 "초기 사업자들은 정부 지원 사업들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하더라"라며 "위비핀테크랩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어떤 검증 절차를 거쳤다는 뜻이 되기도 해서 정부에서 먼저 적합한 기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추천서를 써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비핀테크랩에는 그동안 24개(4기)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매출 16억7000만원, 투자 유치 115억2000만원, 계약 체결 79건 등의 성과를 냈다. 이 중 41건(38억원 규모)은 중기부, 미래부, 창업진흥원 등 정부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1, 2기 참여사인 한국신용데이터와 에이젠글로벌, 엘핀은 팁스(TIPS)에 선정되기도 했다. 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원하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과의 협업·연계 시스템과 실시간 소통 방식도 위비핀테크랩의 장점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에서 먼저 필요한 기술이나 서비스 등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올해 1월부터 위비핀테크랩에 참여한 펄스나인의 박지은 대표는 "3개원 동안 위비핀테크랩에서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은행에 아이디어를 다이렉트로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제안 작업이라는 게 스타트업에게는 장벽이 높아 쉽지 않은데 위비핀테크랩에서는 그런 부분을 같이 고민해주기 때문에 소통이 이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펄스나인은 그림,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비핀테크랩 4기에 선정된 박정호 SCM솔루션 대표도 우리은행과의 협업 가능성을 위비핀테크랩 지원 이유로 꼽았다. SCM솔루션은 이커머스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정산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박 대표는 "위비핀테크랩에 지원할 때에는 우리은행과의 협업 가능성을 가장 크게 염두에 뒀었다"며 "한 기업이 어디서 펀딩을 받는다고 해도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데, 금융기관과 협업을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기술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강 차장은 "매년, 매월, 매주 단위로 스타트업들의 현황을 보면서 이슈 체크를 하고 있다"며 "서로 이슈를 계속 체크하면서 은행의 어떤 부서에서 어떤 기술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내용을 공유해 주고, 스타트업과 현업을 연결시키는 자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따뜻한' 위비핀테크랩과 '오픈스페이스' 디벨로퍼랩

현재 위비핀테크랩과 디벨로퍼랩은 각각 다른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2016년 8월 서울 여의도 우리은행 영등포중앙금융센터 2층에 문을 연 위비핀테크랩은 해당 공간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85평 규모의 위비핀테크랩은 업체가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무공간 5곳과 회의실, 네트워킹 공간, 휴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6개 스타트업이 위비핀테크랩을 사용 중이다. 다른 금융권 핀테크랩에 비해 업체수가 많지 않아 편리하고 쾌적하게 사무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고 입주 기업 직원들은 말한다. 실제 스타트업 직원들은 원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업무를 보기도 했다.

박지은 대표는 "공간이 사람수에 비해 넓은 편이어서 편하게 쓰고 있다"며 "금융은 흔히 좀 차가운 느낌을 받기 쉬운데 이 랩의 분위기 자체가 밝고 따뜻한 것도 있어 여러모로 편안하다"고 말했다.

위비핀테크랩 참여 스타트업(SCM솔루션) 직원들이 사무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위비핀테크랩 참여 스타트업(SCM솔루션) 직원들이 사무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서울 여의도 우리은행 한화금융센터 2층에 위치한 83평 규모의 디벨로퍼랩은 개발실, 테스트존, 스튜디오, 세미나실 등으로 구성된다. 사무공간 제공보다는 기술·개발에 초점을 둔 디벨로퍼랩인 만큼 개별 사무실은 없고 오픈된 공간만 제공하고 있다. 디벨로퍼랩 입주 기업 직원들은 언제든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면 된다.

우리은행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비핀테크랩 스타트업 직원들도 디벨로퍼랩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기술 컨설팅 등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 디노랩 운영 집중…지주사 차원 관리 논의도

현재 우리은행은 디노랩을 하루빨리 안정화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특히, 위비핀테크랩과 달리 올해 신설된 디벨로퍼랩은 운영 노하우가 없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우리금융지주 차원의 육성 센터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디노랩이 우리은행 디지털전략부 산하에 있다 보니 은행 부서끼리는 물론, 계열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어서다.

강 차장은 "은행 전 부서가 참여해 전체적으로 해야할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이 랩이 부서 단위에서 움직이다 보니까 힘이 조금 약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헤게모니에 휩싸이지 않으면서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아이템과 서비스, 기술들을 갖고 은행 부서들이 서로 협력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정착되려면 지주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금융은 혁신성장 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미래금융부'와 핀테크 기업 발굴과 육성을 지원하는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했다. 그룹 디지털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달 3일 손 회장은 디노랩 출범식에서 "디지털 혁신 기업의 요람인 디노랩을 통해 혁신성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지원하고 위비뱅크 등을 활용한 글로벌 온라인 채널을 구축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며 "올해 혁신기업에 총 1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미래금융부와 디지털혁신부는 그룹의 혁신금융과 디지털 사업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며 "그룹사 차원에서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혁신성장 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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