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결렬과 원∙달러 환율 급등은 '이음동의어'
미∙중 무역협상 결렬과 원∙달러 환율 급등은 '이음동의어'
  • 김수향 기자
  • 승인 2019.05.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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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강(强)달러 아닌 약(弱)원화...1250선도 넘을 가능성
전문가들 "위안화 가치와 연동된 원화는 결국 미·중 무역협상에 달려"

[비즈트리뷴=김수향 기자] 원·달러 환율이 1200선에서 힘겨루기 중이다. 주요국 통화 중 원화의 절하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달러 강세의 문제가 아니라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현재 악화일로를 걷는 원화 약세 심리를 차단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없어, 앞으로 원·달러 환율 1250선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5월 한국 금융시장에 나타난 주가와 원화가치의 하락세는 타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두드러졌다. 5월 3일부터 17일동안 코스피는 미국 S&P500지수에 비해 3.5% 더 하락했고, 미 달러대비 원화 가치는 달러 가치 하락보다 2.8% 더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5월 들어 발생한 코스피 및 원화가치의 하락과 앞으로의 전망 모두 미·중 무역협상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과 미 달러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76이고, 위안달러 환율과의 상관계수는 0.77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환율 급등은 미·중 무역협상 결렬을 계기로 전개된 위안·달러 환율의 급등이 주요 원인이었다”며 “특히, 위안·달러 역내환율보다 역외환율(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면서 위안화가치 하락 기대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5월 중반 불거진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위안화 가치 하락에 연동된 결과며, 근저에는 미·중 무역협상의 결렬이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원·달러 환율이 1250선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중 무역 장기화 시 위안화 가치의 추가 절하는 원화를 포함한 전체 이머징(신흥국) 통화에 약세 압력을 강화 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자료=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7위안을 용인할 지는 미지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조기에 해결되기 어려워질 경우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상회할 여지가 높다는 점은 원화의 추가 약세요인이 된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또 “원화 약세 현상이 국내 주식시장 혹은 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수급 측면에서 추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50선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에 대응하는 투자전략으로 과거 위안화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가 조정 받았던 때를 참고할 것을 조언했다. 2015년 8월과 2018년 7월 모두 위안화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변동성이 확대 됐는데, 위안·달러 환율이 과거와 유사한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시기 모두 시장 대비 강세였던 업종은 화장품·의류, 호텔·레저, 미디어·교육, 유통 등 경기소비재와 필수소비재, 은행과 보험, 전형적 방어주인 통신과 유틸리티다”며 “향후 주목해 볼 업종은 위안화가 안정화되는 구간에서 코스피 수익률을 웃돌았던 업종으로, 에너지, 조선, 자동차, 헬스케어, IT 가전이 이에 속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신흥국 경기 회복과 미국의 글로벌 자동차 관세 부과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IT가 오르는 만큼 올라갈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