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입덧치료제 ‘디클렉틴’, 단순 성분 혼합제…“진보성 없어”
현대약품 입덧치료제 ‘디클렉틴’, 단순 성분 혼합제…“진보성 없어”
  • 제갈민 기자
  • 승인 2019.05.20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심원 “특허 무효사유 해당, 특허 받지 않았어야 하는 제품”…휴온스 손 들어줘

[비즈트리뷴=제갈민 기자] 현대약품과 휴온스간 ‘입덧치료제 특허’ 관련 소송이 시작된 지 1년이 흘렀지만,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양사는 각각 입덧치료제 판매권한을 사수하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하는 등 첨예한 갈등으로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소송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약품 입덧치료제. 사진=현대약품
현대약품이 캐나다 제약사 듀체스나이로부터 수입 판매 중인 입덧치료제 ‘디클렉틴장용정’. 사진=현대약품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현재 특허심판원(이하 특심원)의 디클렉틴장용정 제제특허(발명명: 신속 발현 제제, 2021년 6월21일 존속기간 만료예정)’ 무효심판 심결에 대해 불복하고 항소를 준비 중이다. 특심원은 지난 9일 휴온스가 제기한 현대약품 디클렉틴장용정 무효심판청구를 성립한다고 심결한 바 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현재 특심원 심결에 대해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며 “완전히 마무리 된 건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내용에 대해선 대외비로 하고 있다. 외부로 유출되면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약품vs휴온스, ‘입덧치료제’ 향한 끝나지 않는 공방전…‘장기화’ 불가피

양측의 소송전은 지난해 5월 현대약품이 휴온스의 입덧치료제가 자사 제품에 적용되는 제제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권침해금지’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디클렉틴은 현대약품이 캐나다 제약사 듀체스나이(DUCHESNAY)로부터 도입한 국내 최초 입덧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11월 허가를 받아 2016년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아미렉틴은 휴온스가 2017년 6월 품목허가를 받고 자체생산 및 판매하는 입덧치료제다.

문제는 디클렉틴과 아미렉틴 주성분이 같다는 점이었다. 두 제품에는 ▲피리독신염산염(10.0mg) ▲독실아민숙신산염(10.0mg) 등의 성분이 공통적으로 함유됐고, 함량까지 동일하다.

현행법상 제제특허를 받으면 그 특허기술을 공개하는 대신 특허 존속기간 만료일까지 관련 제제를 독점판매 할 수 있다. 존속기간은 특허 출원일부터 20년이다.

사진=휴온스.
사진=휴온스.

휴온스는 현대약품 측 소송에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약 2달 뒤인 지난해 7월, ‘디클렉틴 제제특허’에 무효 사유가 있다고 판단, 특심원에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한 것. 그리고 10여개월 뒤인 지난 9일, 휴온스는 특심원으로부터 청구성립 심결을 이끌어 냈다.

특심원은 휴온스가 제기한 ‘디클렉틴 제제특허 무효심판청구’로, 재검토를 실시한 결과 ‘특허 무효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현대약품이 애초부터 특허를 받지 않았어야 하는 제품이란 지적도 내놨다.

특심원 관계자는 “디클렉틴이 제제특허를 받기 전 비슷한 효능을 발휘하는 제제가 먼저 공개됐었다. 동종업계 전문 기술개발자라면 이런 비슷한 제품 여러 개에서 특정 성분만을 각각 혼합해 새로운 제제 제조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특허를 내주지 않는다. 디클렉틴은 처음부터 특허를 받지 않았어야 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통상 사업의 아이디어나 기술이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신규성과 진보성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 신규성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의미하며 진보성은 기존보다 발전한 기술을 뜻한다. 

현대약품이 특허제제를 낸 디클렉틴의 주성분인 피리독신은 비타민B6, 독실아민(독시라민)은 항히스타민제다. 특히 독실아민은 ‘불면증 보조치료 및 진정’ 효과도 있어 해당 성분만으로 만들어진 제제가 ▲조아제약(잠피아정) ▲알리코제약(아론정) ▲신풍제약(잘덴정) 등에서 생산하고 있거나 과거에 생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현대약품 티클렉틴은 특정 성분만을 단순히 혼합한 만큼 특허 조건 중 진보성을 성립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상황은 이렇지만, 특심원 ‘제제특허’ 무효 심결에도 양사 간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대약품이 특심원 심결에 불복해 항소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항소심에서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데다, 재판 결과에 따라 특심원 심결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어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특심원의 ‘디클렉틴 제제특허 무효’ 심결이 타당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디클렉틴 성분인 피리독신과 독실아민 성분이 모두 입덧을 포함한 구역질 및 구토 증세 완화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피리독신은 ‘비타민B6’, 독실아민은 ‘항히스타민제’이면서 ‘불면증 보조치료제 및 진정’ 효과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두 성분 모두 입덧 완화에 효과가 있으면서 임산부와 태아에게 무해하다는 것은 제약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 특심원에서 휴온스 측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