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곳곳서 곡소리나는데…누구를 위한 시내면세점 신규허용?
[이슈분석] 곳곳서 곡소리나는데…누구를 위한 시내면세점 신규허용?
  • 이연춘
  • 승인 2019.05.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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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사드 여파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끊긴 상황에서 출점을 확대하면 신규 면세점의 경우 이익을 내기 어렵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2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여기서 업체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소비와 관광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전국에 대기업 시내면세점 5개를 새로 허용한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업계가 발칵뒤집혔다. 지금도 공급과잉에 과당경쟁체제인데 업체 수가 더 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이호승 1차관 주재로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추가로 5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기준으로 전년보다 면세점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 또는 외국인 관광객이 20만명 이상 늘어나면 해당 지역에 대기업면세점 신규특허를 내주기로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문제는 서울의 경우 면세점 간 과열 경쟁으로 '치킨 게임'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상황보다 고용 창출 등을 더 중시 여긴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적자구조를 이기지 못하고 면세사업에서 철수했다. 2014년 이후 면세 특허를 확대 발급하면서 후발 주자로 진입했던 업체 중 처음으로 면허를 반납하는 사례가 나온 것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사업 부문은 2016년 영업손실 178억원을 낸 후 한 차례도 흑자 전환하지 못했다. 지난해 제주공항점을 철수한 이후 자구 노력을 거쳐 66억원까지 적자 폭을 줄인 것이 최대 실적이었다. 영업기간 4년 동안 누적 적자는 1315억원으로 불어났다.

갤러리아가 사업권을 획득한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수가 6개에서 13개(2018년 기준)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한데다, 예상치 못한 중국발 사드(THAAD) 제재라는 외부 변수가 발생하자 이를 기점으로 사업자간 출혈 경쟁이 시작되며 면세시장 구조가 왜곡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지난 3년 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는 갤러리아 법인의 존립을 뒤흔드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두타면세점은 2년 연속 적자를 내다 지난해 겨우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SM면세점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더 큰 문제는 중소 업체들이다. 동화면세점과 에스엠면세점 등 11개 중소업체들의 매출을 다 합쳐도 4283억원으로 매출비중이 전체의 3%를 밑돈다. 안 그래도 상위권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내면세점 추가는 기존 업체들 벼랑 끝으로 내모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포화상태인 면세 시장에 신규 특허가 남발되면 기형적 시장 구조를 고착화시켜 전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업계 일각에선 지적한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5~2016년 잇단 특허권 남발로 서울 시내 면세점이 급증했으나,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제품 조달 능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하위 사업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