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의 신한금투 출자를 바라보는 신평사들의 엇갈린 시선
신한금융의 신한금투 출자를 바라보는 신평사들의 엇갈린 시선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5.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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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신평·한신평 "자회사 사업기반 확대 긍정적"
한기평 "이중레버리지비율 부담 확대"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투자 사옥 전경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투자 사옥 전경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 인수에 이어 계열사 신한금융투자를 초대형 IB(투자은행)로 키워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를 두고 신용평가사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신한금융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지만, 계열사 확대 과정에서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은 우려 요소로 꼽았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3조3600억원인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출자로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게 돼 초대형 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진출도 가능해진다.

출자 재원 6600억원은 2018년 결산 순배당을 통해 확보된 내부 유보자금(약 5300억원)과 20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충당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유상증자를 올해 하반기 중으로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증자로 신한금융은 초대형 IB를 자회사로 보유하게 됐다.

그동안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자본력을 내세운 초대형 IB들의 활약으로 신한금융투자의 시장점유율은 하락 추세였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IB로 거듭난다면 우수한 자본력을 갖춘 이 대형 증권사들과 겨뤄볼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비은행부문 강화에 총력을 쏟고 있는 신한금융 입장에서도 신한금융투자로부터 캐시카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증자를 통해 GIB(글로벌자본시장), GMS(고유자산운용) 등 그룹 매트릭스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IB딜 등 차별적인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한금융이 최근 힘을 주고 있는 GIB 부문은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등 계열사들이 함께 시너지를 내기 위해 구성된 그룹 매트릭스 조직이다.

이번 증자 결정 이후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신한금융에 대해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금융투자업 영업력 확대 등을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계열사간 협업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신한금융이 계열사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그룹의 전체 이익을 향상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김기필 나신평 금융평가1실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회사들의 사업기반이 확대됨에 따라 그룹 전체적인 이익창출력이 강화되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를 통해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보험, 금융투자, 여신전문금융, 신용카드 등 영위하고 있는 전 주요 금융권역에서 선두권의 시장지위를 보유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한신평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신한금융의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이 보유한 내부 유보자금을 통해 유상증자 재원 6600억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기업평가에서는 이번 출자로 신한금융지주의 재무레버리지 관리 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신평사들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추가 출자가 마무리된다면 신한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6%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금융지주사 평균 이중레버리지비율인 122.5%보다 높은 수치다.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30%와도 근접하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 확대 과정에서 차입금을 과도하게 늘리지 못하도록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30%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신한금융에 대해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추가출자로 재무레버리지 관리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 들어 오렌지라이프생명과 아시아신탁 지분 인수가 완료된 점이 이중레버리지비율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안 연구원은 "완전자회사 편입을 위한 오렌지라이프생명 추가지분 인수 등 비은행 계열사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재무레버리지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초대형 IB 진입으로 신한금융투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본규제비율에 대한 재무적 안정성도 충분히 확보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을 확대해 그룹의 조화로운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