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로 '金겹살'된 삼겹살? 한숨 깊어지는 한돈농가
ASF로 '金겹살'된 삼겹살? 한숨 깊어지는 한돈농가
  • 전지현
  • 승인 2019.05.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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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자조금 "사실 아니다"...계절적 요인에 수요 증가 및 연초 돈가폭락 영향에 상승폭 커 보여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중국 ASF 여파로 국민 식재료인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했다는 소식에 생산자인 한돈 농가들이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정작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하락했는데, ASF 이슈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한돈농가들은 자칫 생업을 접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한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은 지난 2월 최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올라 5월 평균 가격은 2월 대비 약 15% 상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한돈자조금.
사진=한돈자조금.

하지만 생산농가들은 이는 와전된 것으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하락했다는 입장이다. 한돈자조금에 따르면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5월 현재 kg당 4154원으로 1, 2월에 비해 오른 편이지만, 전년 동기 가격인 4635원보다 10%가량 낮아졌다.

1, 2월에 비해 가격이 상승한 것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이란 한돈자조금측 설명이다. 봄이 되면 나들이객이 많아지고 개학 등에 따른 학교 급식으로 자연스레 돼지고기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경기 이천의 한돈농가 손종서 씨는 “경기불황으로 지난 6개월간 생산비 이하의 돈가가 지속된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슈까지 터져 생업을 아예 접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도 모른 채 날마다 돼지고기 값이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돈농가들이 큰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비춰져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오리혀 돼지고기값 하락했는데...", '金겹살' 소식에 소비 위축 우려

소비자 가격도 폭등한 것이 아니란 입장이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일일 소매가격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국산냉장,중품) 100g당 가격은 1950원으로 평년 1907원 보다 약 2.3% 오르는데 그쳤다.

올해 4월 평균가격 또한 1875원으로 지난해 1817원 보다 3.2% 올랐고, 2017년(2000원)과 2016년(1885원)에 비해서는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가격 상승폭을 크게 느끼는 것은 1, 2월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돼지고기 평균 소매가격은 100g당 1684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낮았다.

수입돼지고기 가격 추이 또한 현재 가격은 지난해나 평년에 비해 오히려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수입 냉동 돼지고기 삼겹살 중품 100g당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993원으로 1년 전의 1065원에 비해 9.3% 하락했다.

생산농가들은 ASF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다는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한돈자조금 관계자는 “중국발 ASF의 영향이 아직까지 국내 돼지고기 수급이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돈농가들은 국내에 ASF가 발병한 것은 아니지만, 돼지고기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ASF로 인해 돈을 버는 것은 돼지고기 수입상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돼지고기 수입이 9만5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경기 포천 한돈농가 왕영일 씨는 “지난해 돼지고기 자급률 70% 선이 무너질 정도로 수입물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2010년 구제역 발생으로 2000여 마리를 살처분 한 경험이 있어 ASF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크고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ASF로 한돈산업 위기 봉착, 방역 집중

이에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와 대한한돈협회는 ASF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북한 접경지역 멧돼지 개체수 조절 ▲음식폐기물을 급여하는 잔반농장(260여곳) 금지 ▲불법 축산물 유입 과태료 상향 조정 등을 요구했다.

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은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ASF가 발병했던 독일, 벨기에와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한 뒤 유럽 방역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7일에는 당정 긴급회의를 열어 국내 유입방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일 국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 등지에 확산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불법 축산물 반입 시 과태료를 현행 1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를 위해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과태료를 내지 않을 경우에는 재입국 거부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태식 한돈자조금 위원장은 “연초부터 돼지가격이 최근 5년 사이 최저가격을 형성하는 등 어려운 한해를 보냈는데, ASF로 한돈산업은 또 한번 큰 위기를 겪고 있다”며 “ASF가 발병하면 농가뿐 관련 산업까지 흔들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한국 단백질 주요 공급원인 돼지고기 식량주권을 지키는 ASF 유입 방지에 전국민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