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무대 선 KCC 3세, 모멘티브 인수에 쏠리는 시선
시험무대 선 KCC 3세, 모멘티브 인수에 쏠리는 시선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5.10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정몽진 KCC 회장의 장녀가 3세 중에선 처음으로 KCC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정 회장의 장녀 정재림(29.여)씨가 KCC로 입사하면서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이하 모멘티브) 인수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KCC는 최근 글로벌 실리콘 제조사인 모멘티브의 인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 이사의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10일 KCC 등에 따르면 정 이사는 지난달 KCC의 기획조정실에 이사대우로 입사했다. 그의 나이 29세. KCC 임원 중에서는 최연소이자 두 번째 여성임원이다. 당연히 이 발탁 배경에는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정 회장의 장녀라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KCC에서 3세 중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은 정 이사가 처음이다. 그는 현재 KCC의 주식 0.24%를 보유한 주주이기도 하다. 

정 이사의 최우선 임무는 모멘티브 인수가 될 전망이다.

KCC 관계자는 “미국 MIT에서 MBA 과정을 밟는 등 해외 시장과 물정에 밝아 모멘티브 인수과정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라며 “그는 과거 삼성전자 기획파트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너 3세가 주요사업에 참여하면서 경영에 나설 명분과 커리어를 쌓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KCC의 모멘티브 인수는 정 회장의 숙원이 담긴 초대형 인수합병(M&A)인 탓이다. 

모멘티브는 글로벌 2위 실로콘 제조사로 KCC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M&A다. 인수가만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한 사례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두산그룹의 밥켓 인수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로 꼽힌다. 

그렇다보니 KCC의 부담도 적지 않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에서 45%를 부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2월 ‘BBB’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부정적 관찰대상(CreditWatch)에 지정한 바 있다. 모멘티브 인수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이 급증하리라는 예상이다. 

공교롭게도 KCC는 1분기 매출 7817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7%, 58.9% 감소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어닝쇼크’라는 평가와 함께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자산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정 이사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이미 지난해 9월 모멘티브 인수를 위한 본 계약에 이어 실사를 진행한 만큼 M&A 자체보다는 계약을 차칠없이 마무리하는데 일조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CC의 모멘티브 인수는 이르면 상반기 중, 늦어도 연내에 클로징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 회장이 취임 이후 숙원 사업이었던 실리콘 분야 것에 더불어 정 회장의 장녀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리라는 점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관련 업무 이력이 거의 없는 20대 임원이 그룹의 대형 M&A에 뒤늦게 참여해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그 자체로 사업이 추진력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는 3세 경영 수업과 동시에 데뷔 무대로 해석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