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人사이드] 병상 5년째 이건희 회장…1년만에 거처 옮기는 신격호 명예회장
[재계 人사이드] 병상 5년째 이건희 회장…1년만에 거처 옮기는 신격호 명예회장
  • 이연춘
  • 승인 2019.05.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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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들은 오늘도 경영현장을 발로 뛴다. 잠깐 쉬면 영원히 뒤쳐질 수 있다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생각하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기업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재계 인사들.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경영무대에서 재계 인사들은 하나의 기업을 넘어 나라 경제를 이끄는 선장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비즈트리뷴은 매주 금요일자로 한 주간 이슈의 중심에 섰던 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을 쫒아가 본다. [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2014년 5월10일. 올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지 5년째다.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은 수시로 병원을 찾아 문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VIP 병실에 입원 중인 이 회장은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 없이 주로 병상에 누운 상태로 자가호흡을 하고 있다. 이 회장 상태나 병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의식은 없지만 자극이나 접촉, 소리 등에 반응하기 때문에 병실에서 영화나 음악을 켜놓는 등 보조적인 자극치료도 병행한다고 한다.

입원 초기에는 그룹 임원들이 무의식 상태인 이 회장에게 수시로 업무 보고도 했는데, 이 역시 과거에 익숙했던 환경을 만들어 의식 회복에 도움을 주려는 자극 요법의 하나였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의 와병 기간 삼성엔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삼성그룹의 총수를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30년 만에 변경했다.

올해 창립 81주년을 맞은 삼성은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초격차' 전략의 시동을 걸었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이 부회장의 승부수를 던졌다. 부친 이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로 삼성의 도약을 일궈낸 데 이어 이 부회장이 비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두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곤혹을 치룬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오는 14일 명예회장 1년을 맞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롯데그룹 총수를 신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한 바 있다.

올해 97세인 신 명예회장은 고령에도 거주지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소공동 롯데호텔로 복귀한다. 평생의 숙원 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 49층에서 생활했지만 거처를 1년만에 옮기게 됐다.

일단락되는 듯하던 신 명예회장의 거처 문제는 지난해 8월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의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임시거주지 결정 시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다시 같은 장소로 이전하도록 했던 단서조항을 내세워 신 명예회장이 다시 소공동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측은 신 명예회장이 97세의 고령이어서 잦은 거주지 이전에 따른 부담이 크고 본인과 가족들도 잠실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현 상태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 가사 20단독 장은영 판사는 앞선 결정을 번복할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으므로 신 명예회장이 소공동 롯데호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에게 롯데월드타워는 평생 숙원사업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로 당사자와 가족들이 잠실을 편하게 생각해 계속 머무르길 원하지만 법원 명령에 따라 옮길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선 신 명예회장이 롯데월드타워에서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한정후견을 맡은 '사단법인 선' 역시 롯데월드타워의 거처를 희망한 만큼 고령의 명예회장이 또다시 이전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