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100%’ 아프리카돼지열병 덕분에 닭은 웃는다?
'치사율100%’ 아프리카돼지열병 덕분에 닭은 웃는다?
  • 김수향 기자
  • 승인 2019.05.0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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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수혜株 다양...육류 넘어 수자원에도 관심↑
육계, 가금육 관련 사업은 과거에도 긍정적 주가 흐름, 백신업계도 '주목'

[비즈트리뷴=김수향 기자] ‘치사율 100%’에 이른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중국을 덮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관련 분야의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돼지열병 수혜주로 크게 ▲한국 육류 및 관련 시장 ▲대체 육류 시장 ▲바이오·백신 치료제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국내 돈육업계는 자급률이 높아 돼지 가격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5~2016년 중국 돈육공급 이슈로 가격이 상승한 시기에도 국내 돈육 가격은 오르지 않았지만 육가공·사료업체들의 주가는 상승한 바 있다. 이러한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향후에도 돈육가격과 달리, 육가공 및 사료업체 주가는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돈육 유통·가공업체들은 사료산업을 함께 운영한다. 해당업체들은 2015~2016년 사료가격 상승과 함께 강세를 보였다"며 "육계, 가금육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 역시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닭고기 생산업체 마니커의 주가는 48%가 올랐다. 계육제품 생산·판매업체인 체리부로, 사료·육가공업체 팜스토리도 각각 19.9%, 25% 상승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수급 우려로 인해 국내외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체상품인 닭고기 관련 종목이 부각된 것이다. 사료주인 현대사료도 지난달 이후 16.8% 올랐다.

또 전문가들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만큼, 동물용 백신 및 의약품 개발업체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ASF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당국과 축산농가가 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방역과 검역조치 정도다.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백신, 대성미생물, 옵티팜, 우진비앤지, 진바이오텍과 같이 ASF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동물용 백신 및 의약품 개발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업체는 중앙백신인데, 동물백신 및 의약품 매출비중이 100%이며 2018년 기준 양돈백신 매출 188억원(매출비중 57%)으로 국내에서 돼지관련 의약품 매출규모도 가장 크다”고 밝혔다.

진 연구원은 “또 양돈백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극에 달해 있을 중국으로의 진출이 임박했다는 점도 주가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앙 백신은 중국 농업부의 동물백신 임상시험에 대한 심의를 통과하여 가까운 시일 내 중국에서 동물백신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식물성 대체육이나 배양육 등을 사용한 대체육류시장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식물성 육류의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30억달러에서 2022년 58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주요 생산·소비는 아시아보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식물성 불고기, 콩단백 소시지 등을 만드는 삼육식품과 ▲비건팜(콩불구이, 콩햄) ▲쏘이마루(콩고기) ▲하이즈(쌀고기)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수자원 관리 문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돼지열병 감경 경로의 45%가 오염수를 통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오염문제의 확산과 수자원 관리의 미흡은 제2의 돼지열병의 충격을 가져올 이슈이기 때문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구증가로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지만, 도시화로 인해 경작지는 점점 감소세에 있다”며 “그러나 식습관 변화(육류 소비 증가)로 인해 곡물 사용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고, 단위소출량 증대를 위한 비료사용으로 물 오염과 위생시설에 대한 니즈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작년 8월 아시아 지역 최초로 중국 하이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ASF는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으며 ASF에 걸린 돼지고기를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지만 돼지에게는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병이다. 중국 당국은 이미 돼지 100만마리를 폐사시켰으며 이에 4월 중국 돼지고기 가격도 전년 평균 대비 23% 상승한 바 있다.

하반기 이후에는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구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SF가 계속 번지고 있는 중국에서 돼지고기 생산량이 감소하면 중국의 수입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돼지고기의 국제가격이 상승하고, 국내 수입량이 줄면서 우리나라 돼지고기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