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수습, 이젠 진정성 보여줘라
[기자수첩]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수습, 이젠 진정성 보여줘라
  • 제갈민 기자
  • 승인 2019.05.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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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민 기자
제갈민 기자

[비즈트리뷴=제갈민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주성분이 뒤바뀐 사태와 관련해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번 사태가 아직까지 명명백백한 결론으로 귀결되지는 않았으나, 사태를 키운데는 분명 코오롱 측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회사 측이 각종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해석이 따라 붙는다.

일단 이번 사태를 보면 이렇다. 인보사 주성분이 바뀐 것이 알려진 때는 지난 3월 말이다. 당시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을 때는 몰랐으며, 올해 STR(염색체 분석)이라는 정밀 유전자 검사를 처음 했을 때 알게 됐다고 설명했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대해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인보사 주성분 세포가 바뀐 것과 관련해 “‘명찰’만 바꿔 달았을 뿐, 안전성·유효성에 대해선 문제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 보고서를 통해 이 대표의 해명을 스스로 뒤집었다. 이 대표의 해명이 있고 한 달여가 지나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공시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위탁생산업체(론자)가 2017년 3월 STR(염색체 분석) 위탁 검사를 통해 2액이 293유래세포(신장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을 통지받았다”고 했다. 당시 코오롱티슈진은 STR 검사에서 성분 오류를 확인했으며 이를 코오롱생명과학 측으로 통지했다는 것.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은 당시에 해당 내용이 ‘보고 누락’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2017년 7월 식약처에 인보사 허가 신청을 한 것이라고 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주성분 세포가 뒤바뀐 것을 2년 전에 인지하고 고의로 여태 숨겨온 것인지는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보고 누락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구멍가게도 아닌 대기업에서 정말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정말 그렇다하더라도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대표가 직접 나서 밝힌 해명을 한 달 만에 스스로 뒤집은 결과를 쉽사리 믿기 어렵다고 봐서다.

아쉬운 점은 분명하다. 단적으로 2년 전 식약처 측으로 인보사 허가 신청을 할 때 조금만 더 꼼꼼히 살폈다면 주성분 세포가 뒤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공시나 식약처를 통해 알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만약 그랬다면 국내 판매와 임상 허가 시기가 늦춰졌거나 불가능했을 수는 있겠지만 대표가 직접 공개석상에 나서 해명하고 대표의 해명을 뒤집는 공시를 재차 게재해 기업 신뢰도에 금이 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대표의 해명 직후 발생한 여러 정황으로 인해 코오롱생명과학은 거짓말 해명이란 곱지 않은 시선이 낙인처럼 찍히게 되는 분위. 문제를 인지했을 때 진정성 있게 진실을 밝혔다면 ‘양치기 소년’ 타이틀은 달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코오롱생명과학이 진실을 알면서도 덮으려 했다면 실망스럽다. 무엇인가 감추고 있다면 하루 빨리 생각을 바꿔야할 것이다. 진정성 있는 사태 수습만이 코오롱의 지속가능경영을 가능할게 할 테니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코오롱생명과학에게 지금이 그때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