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예견된 자영업의 추락...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
[기자들의 팩자타] 예견된 자영업의 추락...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
  • 전지현
  • 승인 2019.05.07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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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바라보는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재앙 수준이었던 IMF 사태(1997년)와 외환위기(1999년). 재앙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은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를 만들고 비정규직이란 낯선 이름을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평생 다닐줄 알았던 직장에서 밀려난 실직자들. 이들은 생계형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직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든 것은 당시 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이들을 창업 전선으로 이끌었던 것이 정부이기 때문이죠. 실업자들이 손쉽게 창업자금을 구하도록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을 활성화하며 막대한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면서 말입니다. 

표=중소기업중앙회.
표=중소기업중앙회.

덕분에 한국사회에는 자영업이 급증했고 편의점, 치킨, 커피 전문점 등 프랜차이즈 사업도 날로 커졌습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자영업자의 삶은 고단합니다. 오늘날 자영업자 3명 중 1명이 휴·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가 소상공인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3.6% 업체가 최근 1년내 사업전환이나 휴·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이번 조사 결과가 암울한 것은 중기중앙회 조사 대상 중 폐업을 고려한 업체 36.3%는 폐업 후 다른 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계수단을 포기하려는 고민을 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이들 중 대다수(63.1%)는 매수자가 없어 현재 폐업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소상공인 3명 중 1명은 가계를 내놔도 인수할 사람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운영을 지속하는 것이었습니다.

◆"페업하고 싶어도 못해요"...'울며 겨자 먹기식' 운영 지속, 암울한 자화상

"가게를 운영할 당시 친하게 지내던 상인들에게 물으니 최저임금과 임대료 인상 때문에 남는 돈이 없어 가족이 모두 가게를 지킨다고 합디다. 3년 전 고깃집을 오픈했던 한 상인은 계약기간이 남아 자리를 뺄수도 없다고 하데요. 외식하는 사람도 없어 매출도 없는데, 임대료와 인건비 등으로 나가는 돈만 있으니 죽고 싶다고만 하더군요. 지금까지 영업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최근 취재차 알게된 오랜 지인과 소주 한잔 기울이는 자리에서 듣게 된 말이었습니다. 그는 한때 은행에서 지점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40대 후반 나이에 명예퇴직하고 큰 규모의 커피 전문점을 열었던 '과거 사장님'이었죠.

표=중소기업중앙회.
표=중소기업중앙회.

당시 가게 운영에 대한 지식이 없어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후죽순 생겨난 '미투브랜드(카피브랜드)'로 폐업을 결정한 분이었습니다. 

은퇴자금을 모두 쏟아 부었던 '과거 사장님'은 "4년 여전 빈손으로 나왔지만, 그나마 빚이 없어 다행이었다"며 "교직에 있었던 와이프 덕에 연금을 받아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것도 행운이었다"는 말도 하더군요.

'국가 부도의 난'에 더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가 도래하면서 한국의 창업시장이 확대됐습니다. 올해 2월 기준 한국 자영업자수는 548만명.

확대 보단 포화상태란 말이 옳은 표현이겠죠.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OECD(평균 17%)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해 선진국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한국은 '자영업 공화국'이란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자영업은 우리 사회 암울한 단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영업자의 몰락, 절망하는 '韓 공화국 사회'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상황에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원재료 상승 등 부담이 겹치면서 공화국 속 국민들이 절망하고 있어서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창업에 뛰어든 자영업자들 10명 중 7명(67.6%)은 ‘창업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생계형)’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자영업 경기 악화로 폐업이 늘면서 지난해 서울 상가점포 8000개 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더군요.

그나마 은퇴자금을 모두 쏟아 넣은 사장님들은 나은 셈이었습니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빚으로 장사를 시작했지만, 이미 진 빚을 갚지 못해 또 대출을 받고 연체를 하는 악순환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조7087억원 증가한 225조2336억원이었습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월 대비 증가액이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점점 커지는 중이죠. 시중은행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올해 1분기 상승, 지난달 한달 동안에만 2조원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그렇다고 폐업이 정답도 아닙니다. 인테리어 비용과 냉장고, 각종 식기 등 시설 투자에 들어간 비용은 중고업자에 넘겨도 10분의 1조차 거둬들이기 어렵고, 시설 철거와 물품 폐기에도 별도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자영업 공화국'이 몰락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책임을 물어야 할 곳은 어딜까요. 심각해지는 경기불황에 맞물린 살인적인 임대료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생존권에 위협받는 자영업자들에게 덫을 놓아 벼랑 끝으로 내몬 이들은 또 누구일까요.

마지막 생계수단이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창업 전선에 나섰다가 몇년내 빚과 절망만 떠안고 길거리에 나앉는 한국 소상공인들. 우리 경제 밑바탕을 책임지는 이들의 곡소리가 번지며 우리 사회가 우울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창업 전선에 내몰았던 주인공이 폐달 없는 자전거만을 반복적으로 돌리고 있음이 수치로써 증명되고 있습니다. 현실타파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앞선 통계들이 반전을 보일 날이 오도록 적극 나서길 바랍니다.